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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산재는 되레 증가해 엄벌만으론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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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산재는 되레 증가해 엄벌만으론 실효성 의문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9.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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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2021년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2022년 1월 27일 시행한 지 3년이 넘게 지나갔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재해자 수는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8월 28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국내 첫 입법 영향 분석 내용 및 결과’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가 전체 사건(1,2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73%(917건)가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상당수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어, 입법 3년 차가 되도록 법의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사건처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가운데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은 50~56.8%,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3.1%)의 3배로 수사 속도와 처벌 수준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관련처벌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집행유예율은 85.7%로 일반 형사사건 집행유예율(36.5%)의 2.3배로 확인되었다. 47건의 징역형 유죄 형량 평균은 1년 1개월로 이 가운데 42건이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벌금사례는 50개 법인 벌금의 평균 액수는 1억 1,140만 원으로 20억 원의 이례적인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 원 수준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현장 책임자뿐 아니라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까지 산재의 형사 책임을 묻는 강력한 법으로 제정과 시행부터 경영계와 노동계간 논란이 많았다. 제10조(중대시민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는 제9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 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고,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 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러한 강력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도 불구하고 3년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2,000명을 웃돌며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자 수는 법 시행 전인 2021년 12만 명대에서 지난해 14만 명대로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수사 대상인 중대 재해 중 처리에 6개월 이상이 걸린 지연 비율은 50%대로 다른 범죄의 10%대에 비해 확연히 처리 속도가 느리고, 무죄 비율도 10.7%로 일반 형사사건(3.1%)의 3배 넘게 높았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법 시행 전인 2021년 재해자 수는 12만 2,713명이었지만 법이 시행된 2022년에는 13만 348명으로 집계됐다. 이후에도 재해자 수는 2023년 13만 6,796명, 지난해 14만 2,77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망자 수의 경우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늘었고 2023년 2,016명과 지난해 2,098명은 법 시행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8년 2,142명이던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4년 2,098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이는 이미 법 시행 전부터 이어진 감소 추세의 연장선에 불과한 것이라 분석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10대 건설사 현장은 법 시행 후 오히려 위험해졌다. 2020년 1,460명이던 사고재해자가 2024년 2,571명으로 급증했고, 사고사망자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후진적 산재 사고는 반드시 줄여나가야만 할 우리 사회의 중대 현안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처벌 만능주의적 접근의 한계도 분명하다. 그러나 강력한 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커졌다면 법 등 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수사 지연이나 무죄 비율이 높은 점도 법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전문가 해석이 다 다를 정도로 법 규정이 모호하다.”라거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와 같은 반응이 여전히 많다. 기업들이 현장 안전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서류 작업에 치중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국회입법조사처는「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영향분석에 근거해 4가지 개선 방안을 내놨다. 첫째는 현행 법 규정을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 및 관련 규정 정비다.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 집행자들의 의지 부족과 그에 따른 규정의 미비라고 지적했다. 시행령 제4조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조치 규정이 불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했다. 물론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행기간 동안 사건의 누적 건수가 많지 않다는 한계는 있으나, 양형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점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는 해결되지 않은 “수사 중” 사건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사 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련 사건을 실질적․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별도 수사 기관 “중대재해 합동수사단(가칭)”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현행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적’ 역량 강화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형사처벌 이외에도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 ▷경제적 불이익, ▷제도적 인프라 지원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등이 제시됐다.

이번 입법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주목받는 대목은 높은 ‘무죄율’과 ‘집행유예율’이다. 중대 재해사건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인 3.1%보다 3배가량 높았다. 집행유예율도 85.7%로 일반 형사사건 36.5%의 2.3배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강력한 법적 조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업들은 형사처벌만은 피하기 위해 안전관리 ‘매뉴얼(Manual)’ 작성이나 업무처리절차 마련 등에만 치중했고 이를 위한 일련의 작업이 법률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로펌(Law firm │ 법률사무소)’의 조력 아래 이뤄졌다. 로펌들은 법률컨설팅을 경영자의 안전의무 이행으로 연결하고 접목을 시켜 영업활동만을 벌였다. 정부 또한 사망사고 기업에 대해 가능한 최고 수위의 제재를 내리기 위한 제도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수사관 100여 명을 투입하는 대규모 ‘산업재해수사팀’을 전국 18개 시·도청에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59명인 형사기동대 소속 안전사고수사팀 인력을 101명으로 대폭 확대해 전담팀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산업재해 현장감식 강화를 위한 ‘전담과학수사팀’도 경기남부경찰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기민한 경찰의 움직임을 환영하고 반긴다. 하지만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제한된 인력을 분산해 본연의 치안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고, 고용노동부도 경찰의 산재전담팀 구성이 순수한 목적인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는 만큼 긴밀한 업무 공조와 조직이기주의를 넘어 공사장·공장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산업재해는 고용부가 담당하고, 경찰은 중대 시민재해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맡는 데 치중해 업무의 중첩과 경계선에서의 우려되는 갈등을 없애야만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산재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산재에 대한 발언과 대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재 사망에 대해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정부와 여당도 강경한 대책과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엄포와 엄벌만으로는 일시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될지 모르겠지만 산업재해 자체를 근원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방증(傍證)이 나온 것이다. 산재가 줄지 않는 데에는 현장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도 원인이겠지만 불법 하도급,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문제, 고령화 등 구조적인 원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들을 살펴 대책을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 다행히 하청 노동자가 원청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이 지난 8월 24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6개월 후 시행하게 돼 문제점은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물론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논란이 완전히 잠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과제는 실질적으로 산업 현장에 조기 안착하도록 시행하는 일뿐이다. 정부와 국회, 노·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정교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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