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백화점이나 공연장, 학교 등을 대상으로 테러(Terror │ 폭력으로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를 벌이겠다는 ‘허위 협박’이 잇따르고 있어 경찰특공대에 소방인력까지 출동하며 공권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허위 협박’ 여부를 판단해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경찰청이 최근 테러 협박 신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 │ 誘導指標)’을 마련해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기 전에 실제로 테러 위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해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핵심으로 기존 ‘매뉴얼(Manual)’에 비해 허위 협박 대응 방법을 더욱 상세하게 규정한 것으로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 악용될 수 있어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허위 협박 포비아(Phobia│공포증)’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어 사회적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한 느낌이 온몸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오늘 신세계백화점 본점 절대로 가지 마라. 어제 1층에 폭약 설치했다. 오후 3시 폭파된다.”라는 섬뜩한 테러 협박 허위신고가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몸서리치게 하고 패닉(Panic)에 빠뜨리게 하고 있어 불안하고 안타깝다. 이렇듯 도시를 멈춰 세우는 허위 폭파 협박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 8월 5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폭파 예고 글을 기점으로 ▷하남 스타필드· 용인 신세계백화점(6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10일), ▷광주광역시 백화점(11일), ▷의왕 서울구치소(12일,) ▷용인 에버랜드(13일), ▷서울 도심 불특정 대중교통 시설(15일), ▷구(舊) 안동역 광장(15일), ▷버거킹 수원 영통점(17일), ▷고척스카이돔 콘서트장(18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25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중학교(26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중학교(27일), ▷부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29일)에 폭발물을 설치 등 하루를 멀다 하고 8월 한 달 새 20건 이상 발생했다. 한편 일본인 변호사를 사칭한 허위 폭발물 협박 사건도 이번 달에만 8건, 재작년부터는 모두 48건이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대대적 수사에도 실제 폭발물이나 위험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개 ‘허위 협박’인 셈이지만 최근 백화점과 공연장, 초등학교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폭탄을 설치했다.”라는 ‘허위 협박’이 잇따르면서 경찰·소방의 ‘허탕 출동’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의 허탕 출동은 최근 2년 새 1,197건이나 늘어나는 등 해마다 뚜렷한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허위신고로 인한 출동은 2022년 4,235건에서 지난해 5,432건으로 28.3% 증가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2,933건으로 하루 평균 13.8건꼴로, 100분에 1건꼴이었다. 허위테러 신고가 접수되면 시민 대피로 인한 불편이 클 뿐 아니라 경찰특공대와 화재진압차, 구급차가 동시에 출동해 큰 비용이 허비된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구조가 늦어져 실제 위급 상황 대응이 지연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파급력이 큰 범죄지만, 배상 체계는 사실상 부재하다. 실제 최근 3년간 가짜 협박범에게 손해배상을 물린 판례는 2023년 프로배구 선수단 숙소에 칼부림하겠다고 협박한 사건(1,200만 원)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폭발물·테러 신고가 접수되면 대(對) 테러부대와 경찰특공대는 물론 소방관들도 대거 출동하게 된다. 화재진압차, 구급차는 기본이고, 만에 하나 실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유관 기관·단체 협력체계 구축, 언론 브리핑 등도 필요해 내근직까지 현장에 긴급 출동한다. “소방서 하나를 통째로 현장에 옮겨 놓은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화생방 구조대를 포함한 특수구조단 등이 동시에 현장에 출동하여 긴급공조 대응한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50조(지역긴급구조통제단) 제1항은 “지역별 긴급구조에 관한 사항의 총괄ㆍ조정,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긴급구조기관 및 긴급구조지원기관 간의 역할분담과 재난현장에서의 지휘ㆍ통제를 위하여(중략) 시ㆍ군ㆍ구의 소방서에 시ㆍ군ㆍ구긴급구조통제단을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재난 현장에 긴급구구조통제단을 설치ㆍ운영한다. 실제로 지난 8월 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상황을 살펴보면 이날 3시간 동안 경찰 인력 100여 명이 폭발물 수색과 현장 통제에 투입됐고, 소방에선 소방차 37대와 대원 139명이 출동했다. 혹시 모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구조통제단 구성도 발령됐다. 소방 긴급구조통제단 설치는 일종의 작은 소방서를 현장에 만드는 조치다. 그러나 추적 결과 이 협박 글은 중학교 1학년생이 장난으로 올린 것이었다. 막대한 행정력만 고스란히 낭비됐다. 문제는 이럴 때 인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인력 부족으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정작 도움이 절실한 시민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피해가 경찰·소방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위신고에 따른 기업과 시민들의 피해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1조 1,921억 원으로 단순 계산만 해도 하루 영업 중단으로 약 32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영업 중단 시간, 이로 인한 소비자 감소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허위신고로 5억∼6억 원의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6일에는 송파의 올림픽체조경기장에 테러 위협 신고가 들어와 관객들이 대피하고 공연이 지연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8월 27일에는 서울의 중학교 3곳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결단코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중범죄가 아닐 수 없다. 발본색원(拔本塞源) 준엄한 철퇴를 가해 조속히 근절(根絶)시켜야만 한다.
심지어 네티즌들은 “진짜 테러면 조용히 하지 예고 안 한다. 누군지 잡아서 당장 신상 공개해 버려라”, “익명 글 가지고 특공대 투입이라니 공권력 낭비다”, “국가 망신이다. 당분간 외국인들 귀에 한국도 테러 위험 국가라 소문날 듯” 등의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자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라면서 법에 따른 엄정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은 허투루 들을 일이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은 허위신고로 경찰 특수기동대(SWAT) 등을 출동시켜 치안력을 소비하게 하는 ‘스와팅(Swatting)’ 범죄의 동기는 현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일종의 ‘권력감에 대한 쾌락’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 대한,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 등 하나의 범죄 심리로 단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겠지만, 핵심은 자신의 글과 말이 많은 사람들을 물리·심리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 과시에 대한 희열이라는 것이다.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테러리스트(Terrorist)의 테러 목적이 사회 전반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인 만큼 해당 행위를 테러로 보고 놀이가 아니라는 심각성을 일깨워줘야만 한다.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중협박죄’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3월 18일 「형법」을 개정하면서 제116조의2(공중협박)를 신설하고 제1항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제2항에서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에서는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입법 보완에 나섰지만, ‘공중협박죄’가 신설된 뒤에 지난 7월 23일 처음 나온 첫 판결은 피고인의 질환을 감안했다고 하지만 부탄가스에 전선을 연결한 사제 폭발물을 들고 30분가량 서울 도심을 활보하며 행인들에게 “죽이겠다.”라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피고인에게 ‘벌금 600만 원’ 선고에 그쳤다. 의당, 판결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5단독 김모 판사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첫 판결인 만큼 일벌백계(一罰百戒) 엄중히 경종(警鐘)을 울려야만 했다. 일반 협박죄 양형 기준보다는 높은 형량이지만 ‘공중협박죄’ 양형 기준을 한참 밑도는 형이 선고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은 외려 모방범죄만 양산할 뿐이다. 유사 범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중협박죄’는 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등을 통해 ‘살인 예고’가 잇따르자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해 3월 새로 마련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7월 말까지 공중협박 혐의로 송치된 피의자는 45명이다. 이 가운데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김 씨를 포함해 4명이다. 5명은 약식처분, 6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3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27명은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최근 3년간 가짜 협박범에게 경찰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원에서 인정된 것도 1건뿐이다. 패가망신 수준의 추상같이 준엄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홍보와 교육을 통해 허위 신고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전 예방, 전문 수사 인력이 신속하게 추적해 조기에 검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함께 서둘러 갖춰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난 8월 31일 경찰청이 밝힌 대테러 출동 경찰 1명당 비용으로 평균 6만 1,600원 정도가 든다는 국민의 혈세를 줄일 수 있고, 경찰·소방·시민 등 모두가 피해를 보는 테러 허위 신고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