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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잘 뗀 대미 훈풍 외교, ‘안미경중’ 어려워도 한·중 관계 안정적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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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잘 뗀 대미 훈풍 외교, ‘안미경중’ 어려워도 한·중 관계 안정적 관리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2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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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주한 한국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은 험난할 것이라는 애초의 우려를 깨고 첫발을 잘 뗀 대미(對美) 훈풍 외교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 속에 첫 시험대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넘어서며 무난하게 잘 마무리했다. 트럼프 특유의 일방통행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가의 경계심 등으로 회담 직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였다. 회담 3시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 또는 혁명 같다. 그것을 수용할 수 없다.”라는 돌출 글을 띄우기도 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회담이 시작되자 이재명 대통령 주도로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과 세계 평화 노력, 다우지수 최고치 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풀어갔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특검의 교회·미군기지 압수수색 경위를 설명받은 뒤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라고 화답하며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문제 관련, 자신을 지원자(페이스 메이커)로 낮추고 트럼프 대통령을 유일한 ‘피스 메이커’로 치켜세웠다. 김대중 정부 이래 이어진 ‘한반도 운전자론’을 접고 미국의 조력자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낮춘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주시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 골프를 치게 해달라”는 제안을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지혜로운 제안이다.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라고 화답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며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해 다소 성급은 하지만 올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공동 합의문 발표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미 동맹 현대화에 의견을 같이했고,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 약속도 맺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채워진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안보 환경에 발맞춰 더 호혜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 모았다.”라며 미국과의 동맹 현대화에 공감을 표했다. 특히  한·미 양국 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 관계의 진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선박을 사랑한다. 사겠다.”라며 우리 정부가 제안한 ‘마스가(MASGA │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프로젝트에 호응하고, 소형모듈원전(SMR │ Small Modular Reactor) 등 원전 협력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첩첩산중(疊疊山中)의 난관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후속 실무 협상에서 ‘디테일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이날 회담 뒤 대통령실은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거론되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이 “시장 개방을 원한다.”라고 재차 압박하며 한·미 간의 뚜렷한 온도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더욱 조심해야만 한다. 북한은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핵무장과 제재 완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 제안을 했었지만, 북한은 같은 해 9월 6차 핵실험으로 대응하며 우리의 선의를 짓밟았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2018년 미국과의 싱가포르 회담에서도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합의해 놓고도 미국이 5개 핵 시설 해체를 요구하자 이를 뒤집었다. 북한과의 ‘대화 조급증’에 걸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더 멀어지게 하는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재명 정부의 대미(對美) 관계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동맹 약화를 우려하던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면서 안보 불확실성 우려도 한결 덜었다. 그러나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을 내지 않았다.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상회담 운영 방식이 영향을 미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양국이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다는 방증(傍證)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디테일(Detail)’이 중요하게 됐다. 그래서 아직 미국과의 관계에서 풀어야만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미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 요구, 동맹 현대화에 따른 방위비 분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해결해야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군기지 소유권 요구와 교역량이 가장 큰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도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이제부터 진정한 시험대에 들어설 것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특히 국익과 직결되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한국이 얻은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우리 정부는 기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외에 1,500억 달러 추가 투자라는 선물을 준비했지만, 핵심 현안인 반도체·자동차 관세와 원자력 협력 등에서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우리 측은 이번에 자동차 관세율을 일본·EU(유럽연합)보다 2.5%포인트 낮은 12.5%로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펀드에 대해서도 우리 측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적은 대출이나 보증 위주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실패할 경우 원금을 날리는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과 무역 합의에 도달했냐”는 질문에 “그들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의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라며 “과거에 합의한 대로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나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에 대해서도 양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訪美) 중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미국이 대중국 봉쇄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 │ 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 입장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안보는 물론 경제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한·미 동맹을 치켜세웠다(뉴욕타임스)”, “두 지도자가 첫 만남으로 친밀한 관계 형성(워싱턴포스트)”, “트럼프가 이 대통령 지지를 분명히 했다(로이터)”라는 등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지난 8월 27일 자 사설에서 “한국이 미국의 반중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따를 경우,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안보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한국의 가장 강력한 산업경쟁자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실익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숨어있다는 데 방점(傍點)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다. 마침 방미(訪美) 기간 그런 질문이 나오자 ‘친중(親中)’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답변했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거냐?”라고 되물었고, 주한미군 전력을 대만 유사시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거리를 뒀다. 한·중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임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도 동맹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한국의 불가피한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어만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안보·평화에서 중요한 나라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의 국익을 위해 협력해야만 할 사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앞장선 일본의 제1 교역국도 여전히 중국이다. 이재명 정부는 ‘내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한·중 관계를 최악으로 내몰았던 윤석열 정부를 반면교사(半面敎師)로 삼아 어려워도 한·중 관계의 안정한 관리를 해나가야만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더 확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자국 중심 자주외교’이자 ‘국익 중심 실용외교’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방중(訪中) 특사단에 미·중 균형외교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미 회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것 또한 사실임도 유념해야만 한다. 앞으로 3년 반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해야 할 두 정상이 일단 첫 단추를 무난히 끼웠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구속력 있는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속 협상에서 미국 측 입장이 반영한 ‘진짜 청구서’들이 쏟아질 수 있다.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란 자세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자세를 견지하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구두끈을 견고하게 묶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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