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7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라고 발언했던 것과 관련해 “어떤 경우라도 세금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공약이 아니다. 손발을 묶고 (정책을) 한다는 건 굉장한 오산”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복지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보유세 등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조만간 발표될 부동산 공급 정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수요 억제를 위해 세금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라고 밝힌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를 의식한 듯 김용범 정책실장은 “(대통령 말은) 세금을 활용해 집값을 잡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이해한다.”라며 “공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복지가 훨씬 더 상위 목표이지, 세금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복지가 필요하면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사시 세금 카드까지 꺼내들 수 있다는 건 다시 꿈틀대는 부동산 시장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서울 등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조금씩 오르는 등 대출 규제의 약발이 다해 가자 이를 차단하려고 강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 23일 만에 내놓은 첫 부동산 대책으로 세금 정책 대신 지난 6월 27일 발표한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도심 아파트 매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10억 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집중되며 시장의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23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 1위는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아이원(20건)’과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20건)’로 나타났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는 19건 거래되며 3위에 올랐다. 6~10위는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 금천구 시흥동 ‘벽산 5단지’,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등이 차지했다.
특히 거래량 10위권 단지에 핵심 지역 아파트로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18건)’와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18건)’ 등 2개 단지에 불과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10곳 중 8개 단지가 이른바 강북·외곽 단지로 채워지면서다. 업계에서는 전용 84㎡ 기준으로 10억 원 이하가 주를 이루고 있는 점을 눈여겨 주목하고 있다. ‘6·27 대출 규제’로 서울 등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대출이 용이한 10억 원 이하 단지로 매수 수요가 쏠리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삼각산아이원’ 전용 84㎡는 지난 7월 10일 7억 500만 원에 손바뀜됐고 지난 8월 4일에도 동일면적은 7억 3,000만 원에 매매가 체결되면서 7억 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84㎡ 도 역시 지난 7월 29일과 8월 1일 각각 8억 1,000만 원에 매매되는 등 8억 원대에서 활발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천구 시흥동 ‘벽산 5단지’ 84㎡도 지난 8월 17일 5억 4,500만 원에 매매가 체결되는 등 비교적 중저가 단지의 거래가 활발한 모습이어서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 외곽 10억 이하 아파트 등 일부 지역과 가격대의 집값이 다시 오르는 현상에 대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며, 최근 집값 상승을 견인해온 것은 갭(Gap) 매우기와 순환매의 특성 때문으로 보고 지난 7월부터 적용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함께 정책 자금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10억 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다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6·27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집값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제한'으로 돈줄을 꽉 조여 일시 주춤하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 강남권,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다시 오름세로 전환해 2주째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월 21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5년 8월 3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2025년 8월 셋째 주(8월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부 신축,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단지에서 국지적으로 상승 계약 체결되며 매매가격이 0.09% 올라 상승 폭이 전반적으로 매수 관망세가 지속하며 전주(0.10%) 대비 0.01%포인트 소폭 축소됐다.
‘6·27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6월 23일 0.43%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상승 폭은 대책 발표 이후 6월 넷째 주(6월 30일 기준) 0.40% → 7월 첫째 주(7월 7일 기준) 0.29% → 7월 둘째 주(7월 14일 기준) 0.19% → 7월 셋째 주(7월 21일 기준) 0.16% → 7월 넷째 주(7월 28일 기준) 0.12%로 상승 폭이 5주 연속 줄어들다가 8월 첫째 주(8월 4일 기준) 0.14%로 0.02%포인트 상승 폭이 늘어나더니, 8월 둘째 주(8월 11일 기준) 0.10% → 8월 셋째 주(8월 18일 기준) 0.09%로 상승 폭이 2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값 상승 폭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아파트 매매 건수도 77% 이상 급감했다.
지난 7월 21일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에 의하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오르며 29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 폭은 전주(0.10%)보다 소폭 축소됐다. 서울 집값 상승률이 0.1%대 아래로 내려간 건 5월 첫째주(0.08%) 이후 15주 만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종로구(0.04% → 0.05%)와 중구(0.03% → 0.09%)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의 집값 상승률이 전주와 같거나 줄었다. 그나마 한강 벨트 자치구들이 평균 이상 상승률을 보였다.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0.29%)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게 대표적이다. 다만 상승 폭이 전주(0.31%) 대비 줄어든 건 마찬가지였다. 강남구(0.13% → 0.12%), 서초구(0.16% → 0.15%), 용산구(0.13% → 0.10%), 성동구(0.24% → 0.15%), 마포구(0.11%→0.06%) 상황도 비슷했다.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집이 잘 팔리지 않고 상반기 단기 급등한 가격이 유지되며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이란 정책적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세금을 앞세운 겁주기식 발언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없다는 건 익히 학습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중과세 등 징벌적 세금과 분양가 상한제 및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을 펼쳤지만, 공급을 외면한 부동산 정책은 집값 상승을 비롯한 부작용과 역효과만 양산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수요 억제책은 시장의 불안만 가중하는 만큼, 필요한 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공급 대책만이 유일한 근본 해법이다. 집값을 억누르더라도 전세나 월세가 뛰며 주거 불안정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8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택학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염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하고 “강력한 공급 대책이 없을 경우에는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회복 분위기를 타고 되살아나며 4분기 중 집값이 급등세로 돌아설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미 공급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14만 가구에서 내년 10만 가구로 급감한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서슬에 건설업계가 바짝 몸을 낮추며 공기가 늘어나고 신규 사업 등에 차질이 빚어지며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2년 뒤 10만 가구대로 감소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동산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9월 7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 총가구 수 기준)이 올해 14만 5,237가구에서 내년 11만 1, 470가구, 2027년 10만 5,100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서울은 올해 4만 6,767가구에서 2026년 2만 8,355가구, 2027년 8,803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경기도는 7만 5,868가구에서 6만 6,013가구로 줄었다가 2027년에는 8만 909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인천은 올해 2만 2,602가구에서 내년 1만 7,102가구, 2027년 1만 5,388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계속 줄어들지만,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공급 대책은 2020년 ‘8·4대책(26만 2,000가구)’, 2021년 ‘2·4대책(83만 가구)’, 2022년 ‘8·16대책(270만 가구)’, 지난해 ‘8·8대책(72만 7,000가구)’ 등으로 지난 5년간 이어져 온 공급 확대 기조의 연장 선상에서 시장 안정성과 체감 가능성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관측이 된다.
이에 정부는 임기 내 공급이 가능한 카드로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공공주도 도심복합사업, 공공재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기간을 평균 18.5년에서 13년으로 5.5년 단축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사업 속도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수도권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하는 반면, 지방은 수요 위축과 미분양 증가로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가 심화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유휴부지 개발,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주택공급을 언급한 바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정부는 제도 유지 기조를 밝히며 조율 여지를 남겨뒀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국유재산 운용 계획과 관련해 노후 관청·관사와 유휴 국유지를 활용해 수도권에 2035년까지 1만 5,000가구의 공공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표한 2만 가구를 합하면 국유지에서 총 3만 5,000가구를 공급하는 셈이다. 기존 용산 유수지(330가구), 대방 군관사(185가구) 등에 성수동 경찰기마대부지(400가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300가구) 등이 새로 포함됐다.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는 어제 이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공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 절차를 단축해 공급 시점을 2032~2033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계 역시 뚜렷해 보인다. 우선 이번 1만 5,000가구가 모두 임대 등 공공주택이라는 점이 그렇다. 국유지 개발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지만, 민영주택이 빠지면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유휴지 활용의 물리적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작년 계획과 합쳐도 3만 5,000가구로, 3기 신도시 고양 창릉(3만 8,000가구) 한 곳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공급 대책 없이 세금만 올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려 한다면, 부동산 세금 현실화라는 명분을 아무리 앞세워도 커지는 재정적자에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고 보유세 등을 올리려 한다는 오해만 부를 뿐이다. 부동산과 주택 정책의 근본 해법은 공급 확대뿐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입지와 물량·시기를 구체적으로 담은 공급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