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이 지난 7월 24일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가 참으로 충격적이다. 제조업 장기 부진이 고용 한파로 이어져 15~29세 청년취업자는 1년 전 383만 2,000명보다 15만 명 줄어든 368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년 전 46.9%보다 0.7%포인트 떨어진 46.2%로 4년 연속 내림세다. 취업자와 구직활동을 하는 인구를 포함한 경제활동참가율도 1년 전 50.3%보다 0.8%포인트 떨어진 49.5%를 기록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전체 청년 미취업자 121만 2,000명 중 3년 이상 미취업자는 23만 명으로 전체의 18.9%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0.4%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비중이 가장 크다. 이들을 포함해 졸업 뒤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은 56만 5,000명으로 전체 청년(15~29세) 미취업자의 46.6%에 달했다. 미취업자 10명 중 4명(40.5%)은 ‘직업교육, 취업시험 준비’ 상태였지만, 별다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시간 보냄’이라 답한 이들도 4명 중 1명꼴로 25.1%에 달했다. 일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취업난이 가중되자 졸업을 유예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재학 기간은 되레 늘어났다. 청년층이 대학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4년 하고도 4개월 12일이 추가됐다. 1년 전보다 18일 늘어 역대 가장 길다.
졸업한 뒤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11.3개월로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이하 청년의 평균 취업 소요 기간(1년 4.5개월)은 지난해보다 1.1개월 줄었지만, 대졸 이상 청년의 첫 취업 소요기간이 8.8개월로, 2006년 해당 지표 작성 이래 가장 길었다. 대학에 입학해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4년 4.4개월로, 1년 전보다 0.6개월 길어졌다. 이런 취업난의 배경엔 제조업 장기 부진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 취업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 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이 꼽히는데, 지난 7월 16일 발표한 ‘2025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내수 침체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은 상용직 비중 등이 높아, 대표적인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힌다. 구직하는 청년과 채용하는 기업의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도 청년 취업 한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제조업의 고용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고, 기업이 채용에 있어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도 청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졸 학력 이상이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잡기까지 걸리는 8개월 24일도 역대 최장이다. 그런데 취업했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여건 간 ‘미스매치’로 첫 직장 근속기간은 1년 전보다 짧아졌다. 정작 첫 일자리에서 일한 기간은 약 1년 6개월 12일로 전년 대비 24일가량 줄었다. 임금 등 노동조건이 눈높이에 맞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사례는 더 많아진 것이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주요 사유로 근로여건 불만족(46.4%)을 꼽은 응답이 1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어 가장 많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 비율은 14.5%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준비 분야로는 일반기업체가 3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직공무원(18.2%), 기능 분야 자격증 및 기타(17.8%), 언론사·공영기업체(13.3%), 고시 및 전문직(11.4%) 순이었다.
청년이 일할 의지마저 상실한 사회에서는 미래란 있을 수 없다. 이를테면 직장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실업은 당사자에게 좌절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우환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청년 실업은 점점 고착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용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 지표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올해 계속 바닥을 기고,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향후의 전망마저도 어둡다. 기업들이 신입 대신 경력 채용으로 방향을 틀면서 청년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과거엔 재벌·대기업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고용 계획을 내놓곤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아예 보이지조차 않고 있다. 여기에 정년까지 연장되면 청년 고용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거나 장기 미취업 청년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직지원 수당, 일자리 상담 등 종합적인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한편 올해 1분기 사업체를 운영 중인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3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청년 고용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 열기마저 식어간다는 점에서 ‘취업도, 창업도 어려운’ 청년들의 고달픈 현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년 사업자는 35만 4,672명(월평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6,247명이나 줄었다. 이는 신규 창업보다 휴·폐업이 많았다는 의미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응당 늘어나야 할 사업자 수가 세 분기 연속 감소한 데다, 그 감소 폭마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청년 고용 부진과 맞물려서도 우려를 키운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고,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쉬었음’ 인구는 지난 2월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선 바 있다. 청년 사업자 급감은 내수 침체와 직결돼 있다. 올해 1분기 청년 사업자 감소의 62%가 소매업(-1만 6,185명↓)이었고 음식업(-5,507명↓)은 집계 이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에 뛰어든 청년들이 얼어붙은 내수 경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라 경제도 고용이 늘어야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다시 경기 회복을 이끌 수 있다. 청년 채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 부문에서 한 개라도 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기 전에 노동환경부터 대폭 개선해야 한다. 최소한 일을 하다가 목숨 잃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분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서둘러 타파해야만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법은 기업의 활력을 높여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또한, 청년 사업자 감소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을 통해 휴·폐업을 막는 것도 필요하지만 신규 창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 포화 상태인 자영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로 청년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 창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것을 넘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적인 활동이란 인식에서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속이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한 지원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청년들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억누르는 신산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청년 창업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키워야만 한다. 공공이 초기 수요를 이끌고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