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연준 불확실성, 정책 여력 남겨

한국은행이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트럼프 관세 여파에 따른 수출 타격과 소비 위축 등 금리 인하 필요성은 적지 않지만 금융통화위원회는 부동산 불안과 가계부채 급등세,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을 감안해 금리 인하 카드를 아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은 금통위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0%로 동결했다. 한·미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후 올해 2월과 5월 금리를 낮춘 바 있다.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 미국의 트럼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타격에 더해 주요 교역국인 미·중 갈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민간소비도 성장률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금리를 낮추지 못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넷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0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0.43% 올라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영향으로 가계대출도 치솟았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6조7000억원 늘며 지난해 8월(9조7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최근 주택 거래를 고려해 8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 가능성도 우려되는 요소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다가는 금리 역전차가 현재 2.0%포인트에서 처음으로 2.25%포인트로 확대되며 외국 자금 이탈과 환율 급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기준금리까지 중립금리에 가까워지면서 통화정책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2.5%인 기준금리에 대해 중립금리 범위 중간이라고 언급했다. 금리 인하 여력을 남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의 4차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선 한은 5월까지 1%포인트 금리를 낮췄다.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에 이어 최근 31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3개월 내 88%를 집행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에도 한은은 8월이나 10월 쯤 다시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걷힌다는 점에서다. 관건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따른 부동산 시장 진정 효과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불안과 가계부채 상승세가 이어지고,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높아진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인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이 진정될 때 연내 한 차례에 이어 내년 상반기 한번 더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