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여전히 4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 등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성폭력 유형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검거율은 되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4일 사회·환경·경제 각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통계 데이터로 진단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의 SDG 이행현황 2025’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목표별 한국의 이행 현황을 제공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 10여 년간 감소세를 보이다 최근 정체하고 있으며, 여전히 고령층의 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이 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2023년 처분가능소득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전년(14.9%)과 동일하다. 상대적 빈곤율은 2011년(18.5%)부터 2021년(14.8%)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22년(14.9%) 소폭 상승 후 정체한 상태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여전히 4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연령 인구(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1년(47.9%)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던 2021년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39.3%까지 떨어졌던 고령층 상대적 빈곤율은 2022년 39.7%로 오른 데 이어 2023년 39.8%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17세 이하 8.5%, 18~65세 9.8%)보다 4~5배 높은 것이며, 2022년 기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이른바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여성과 아동에 대한 새로운 성폭력 유형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범죄 피의자 검거율은 되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3년 허위영상물 편집·반포는 168건, 촬영물 등 이용협박·강요는 970건을 기록했다. 해당 범죄들은 2022년에야 처음으로 범죄 유형으로 집계되기 시작했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를 통해 지인이나 연예인의 얼굴을 손쉽게 음란물과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이 같은 신유형의 디지털 성범죄 검거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피의자 검거율은 2023년 48.2%다.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2명 중 1명은 얼굴조차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2022년(58.8%) 때보다 검거율이 10%p 이상 떨어졌다.
‘리벤지 포르노’라고도 불리는 촬영물 등 이용협박·강요 범죄의 발생건수도 2022년 821건에서 2023년 970건으로 늘었으나, 검거율은 64.2%에서 61.4%로 줄었다.
이외에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범죄는 2023년 1600건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소득불평등 감소, 보건위기대응, 신·재생에너지 생산, 도시와 주거환경 개선 등 분야에서 장기적인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령층 빈곤과 성평등, 기후위기 극복과 생물다양성 보존 등 영역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