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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올라도 '삶의 만족도' 하위권…저소득·고령층 불안·우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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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올라도 '삶의 만족도' 하위권…저소득·고령층 불안·우울감↑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2.2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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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삶의 만족도' 6.4점…4년 만에 하락
▲ 노인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뉴시스
▲ 노인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뉴시스

소득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개선됐음에도 우리 국민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주요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별로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의 차이가 큰 데다 범죄, 기후변화, 노인 빈곤 등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보다 0.1점 하락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하락 전환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2019년 6.0점)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 정도를 0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로 표시해 측정하는 삶의 만족도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중이었다. 지난 2013년 5.7점에서 10년새 0.7점 가량 높아진 상태다.

소득 등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된 점이 삶의 만족도 상승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35만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6% 가량 소득이 늘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소득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는 2021년 23.5점에서 2023년 28.1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소비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18.7점에서 21.2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주요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1~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삶의 만족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6.06점으로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핀란드(7.74점), 덴마크(7.58점), 아이슬란드(7.53점) 등 상위권 국가들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OECD 평균(6.69점)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6.06점), 포르투갈(6.03점), 헝가리(6.02점), 그리스(5.93점), 콜롬비아(5.70점), 튀르키예(4.98점) 등이 우리나라와 함께 하위권을 형성했다.

2023년 소득 수준이 개선됐음에도 삶의 만족도가 4년 만에 후퇴한 것은 소득 구간별, 연령대별 격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월 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6.6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00만~200만원 가구는 6.1점, 100만원 미만 가구는 5.7점에 그쳤다. 200만원 이상의 소득 구간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2022년과 비슷하거나 0.1점 정도 하락했지만 2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0.3점이나 떨어졌다.

또 18~29세(6.5점), 30대(6.5점), 40대(6,6점), 50대(6.4점)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60세 이상(6.2점)에서는 크게 낮아졌다.

개인들이 일상에서 행복 또는 걱정·우울감을 많이 느끼는가를 보여주는 '긍정정서'와 '부정정서'도 소득 구간별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긍정정서는 소득 500만~600만원(6.9점)과 600만원 이상(6.8점)에서 높았고 100만~200만원(6.3점)과 100만원 미만(6.1점)에서는 낮았다.

반대로 부정정서는 소득 100만~200만원(3.4점)과 100만원 미만(3.5점)에서 높았고 500만~600만원(2.9점)과 600만원 이상(3.0점)에서는 낮게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60세 이상, 소득 200만원 미만, 농림어업직 등에서 상대적으로 삶의 질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며 "2022년 이들 집단에서 상승폭이 높아 격차가 감소했던 것과 반대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격히 악화된 몇가지 지표들을 통해 삶의 만족도 하락 요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범죄 피해율이 급증했다. 지난 2022년 범죄피해율은 6439건(인구 10만명당)으로 2020년(3806건)에 비해 69.1% 증가했다.

범죄피해율은 2012년 4600건에서 2014년 3743건으로 하락한 뒤 2016년 3556건, 2018년 3678건, 2020년 3806건 등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다 2022년에 급등했다.

사기 등 재산범죄의 폭증이 범죄피해율 상승세의 원인이었다. 재산범죄는 2020년 2928건에서 2022년 5397건으로 84%나 늘어 폭력 범죄(2020년 878건→2022년 1041건)에 비해 훨씬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고령층이 느끼는 고립감도 커졌다. 독거노인 비율은 2022년 21.8%에서 22.1%로 상승했다.

신체적·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사회적 고립도는 60세 이상에서 40.7%를 나타냈다. 50대(35.0%), 40대(30.1%), 30대(27.5%), 20대(24.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자살률은 여전히 'OECD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7.3명으로 전년(25.2명)보다 2.1명이나 증가했다. 지난 2019년 26.9명, 2020년 25.7명, 2021년 26.0명, 2022년 25.2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도 큰 변동폭을 보이지 않다가 급등세로 전환했다. 지난 2014년(27.3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별·연령대별로 보면 남성 고령층으로 갈수록 자살률이 급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60대 남성은 46.6명, 70대 남성은 63.9명, 80세 이상은 115.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년간 폭염·폭우 등 기상 현상이 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기후 변화에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인구 비율인 '기후변화 불안도'는 2022년 45.9%에서 2024년 53.2%로 급등했다. 특히 50대(7.7%p↑)와 60대 이상(8.6%p↑)에서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악화됐던 지표들의 개선 추세가 전반적으로 정체되거나 소폭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삶의 만족도, 가족관계만족도, 환경 관련 만족도 등 주관 지표에서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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