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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유리지갑’ 털어 세수 메우는 국가재정, 세금 독박에서 풀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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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유리지갑’ 털어 세수 메우는 국가재정, 세금 독박에서 풀어 주길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2.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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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2023년 56조4000억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8000억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세 수입 중 근로소득세와 법인세의 비중이 엇비슷해지는 비정상적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무려 87조2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세입 여건 악화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피폐(疲弊)해진 국가재정은 본예산 대비 국세 수입이 예측보다 덜 걷히는 현상이 들쑥날쑥할 뿐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나라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의 세수 예측이 계속 빗나가고 있다.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해 재정에 큰 구멍이 나거나, 반대로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혀 세수 초과가 발생하는 등 오차가 반복됐다. 지난 2월 16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안 대비 세수가 30조8000억원이 부족하면서 오차율 –8.4%를 기록했고, 2023년 56조4000억원 부족(-14.1% 오차), 2022년 52조6000억원 초과(15.3% 오차), 2021년 61조3000억원 초과(21.7% 오차), 2020년 6조5000억원 세수 부족(-2.2% 오차)으로 최근 5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계속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현 정부 들면서 상황은 급반전한다. 규제 완화, 세금 감면을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은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특히 작년 세수가 크게 줄어든 건 기업들로부터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 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344조1000억 원보다 7조6000억원(2.2%↓) 줄어든 규모이자 2022년 395조9000억원보다 59조4000억원(15%↓) 줄어든 규모다. 국세 수입은 2년 연속 줄어든 데 반해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2022년에 비해 9.4% 정도 늘어났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세수는 비례적으로 증가해야 하는데, 대규모 감세 조치로 세수 기반이 무너진 것으로 우리 경제의 몸집은 커졌지만, 오히려 세금은 덜 걷힌 탓이다.

국세 수입 중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세목은 법인세로 2022년 104조원에서 지난해 62조5000만원까지 39.7% 급감했다. 법인세는 경영실적을 토대로 신고하고 납부하는 신고분과 법인이 받는 이자와 배당 소득 등에 대해 납부하는 원천분으로 나뉜다. 이 중 기업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법인세 신고분은 2023년보다 무려 17조9000억원 줄었고, 2년 전인 2022년 87조원 대비 2024년에는 47조6000억원(54.7%↓) 감소했다.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유일하게 증가한 건 근로소득세다. 지난해 걷힌 근로소득세는 64조2000억원으로 2년 전인 2022년 60조4000억원보다 3조8000억원(6.3%↑) 증가했다. 다만 정부는 저소득계층의 빈곤 탈출 등을 지원하고자 근로소득에서 환급 형태로 근로·자녀장려금을 지급하기에 근로·자녀장려금인 3조 1,000억 원을 제외하면 61조1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법인세 62조5000만원과 비교해 근로소득세는 64조2000억원으로 보면 1위이고, 근로·자녀장려금을 제외한 61조1000억원으로 보면 2위의 국세 비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5.3%에서 지난해 19.1%까지 사상 최고치를 꾸준히 경신하고 있다. 법인세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26.2%에서 18.6%로 7.6%포인트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명목 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월급쟁이 세금은 꾸준히 느는데, 기업은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세수는 2년 연속 급감하고 있다. 특히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가운데 월급쟁이 지갑을 털어 겨우 세수를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2014년 25조4000억원이던 것이 10년 새 2.4배 증가했다. 상용 근로자 1635만3000명이 낸 세금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근로소득세 수입이 법인세 수입을 이미 넘어섰거나 넘어설 전망이다. 직장 근로자들이 낸 근로소득세가 전체 세금의 무려 5분의 1가량을 메운 셈이다. 급여에서 미리 떼어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세가 세수의 버팀목이 되는 상황은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의 실적 향상에 따른 법인세 및 내수 활기에 힘입은 부가가치세, 그리고 자산시장의 원활한 흐름에 따른 거래세 등 경제 활력의 결실로 채워지는 세수여야 재정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를 그 원인으로 삼기엔 소득세·법인세 세입 증감이 엇갈리는 상황은 아예 설명이 안 된다. 근로소득세가 국가재정 운용에 효자 노릇을 했다지만, 원천징수로 인해 ‘유리 지갑’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떼이는 직장 근로자 사이에서 “세수 펑크 속 직장인만 봉”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세수기반 회복과 과세형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따라서 근로소득세 세수가 법인세 세수와 맞먹는 현상은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점쳐지는 올해도 이어질 수 있어 세입 안정성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교과서적인 비과세·감면 확대로 세입 기반 확충이 어려워진 현실은 더욱 뼈아프게 한다. 올해 국세 수입 총액에 국세 감면액을 합한 금액 대비 국세 감면액 비율은 역대 최고인 15.9%에 이를 전망이지만,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가 한층 더 커졌고,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정책적 명분이 확실해졌다. 그렇다고 금리인하 등의 통화완화 정책을 맘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은 더욱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비정상으로 치솟은 상태이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이 와중에 잦아들던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요인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낙수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정적 세수 기반 없인 성장도 복지도 불가능한데, 그렇다고 경기 하강 국면에서 무턱대고 법인세를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과 호봉 승급으로 해마다 급여가 증가하면서 세금도 늘어난다. 때문에 직장 근로자들만 ‘소리 없는 증세’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불만과 불평이 커지고 있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에 따른 국정 마비가 장기화하면서 정치에 대한 혐오만 더욱 심화하고 끝 모를 정쟁만 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민생을 살리기 위한 불쏘시개로 내수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지만, 말뿐이지 정치 논리에 매몰되어 끝 모를 미궁(迷宮)의 블랙홀(Black hole)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꺾이고 내수의 침체 속도는 가팔라지는 데다, 수출마저 ‘피크 아웃(Peak out)’의 우려가 점증(漸增)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이자 ‘수출 효자’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서 자동차·반도체 등으로 확대되면서 한국에서도 미국발(發)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직면하면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잔뜩 기대를 모았던 여(與)·야(野)·정(政) 국정협의회가 지난 2월 20일 가동되어 수장들이 한데 모였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종료됐다. 일부 국회 특위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최대 현안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와 반도체특별법, 연금 개혁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사실상 ‘빈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에 공감하며 세부 논의를 위한 물꼬는 텄지만, 향후 여야 경색 정국이 예상되는 만큼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리당략에 끌려 줄다리기나 할 상상이 결코 아니다. 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걸어야만 한다. 정치권은 우리 경제의 거의 모든 지표가 바닥권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단순한 논리를 무겁게 인식하고 통찰할 때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면 결국 소득의 원천이 되는 임금도 늘어나기 어려워 근로자의 ‘유리 지갑’을 터는 것마저도 불가능해진다. 국세 수입 비중이 커져야 할 세목은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법인세여야 한기 때문이다.

세수의 기둥이던 법인세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봉급 생활자의 ‘유리 지갑’을 털어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가뜩이나 현재 소득세 체계에선 높은 세율이 적용돼 납세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비등한다. 근로소득세가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도 근로소득세를 포함한 개인소득세가 법인세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법인세 자체가 쪼그라드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한 신호다. 법인세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기업이 돈을 잘 벌지 못한다는 의미다. 근로소득세가 늘어났다는 것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업이 돈을 잘 벌지 못해 법인세가 2년 사이 40% 가깝게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임기응변식 미봉책이나 땜질식 처방으로 버틸 상황이 아니다. 전면적 세제 개편 논의가 절실하다. 기업을 옥죄는 무거운 족쇄 규제를 과감히 풀고 활력을 높여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능력을 높이는 선순환 정책이 화급하다. 그것만이 근로자를 세금 독박에서 풀어 줄 수 있는 첩경(捷徑)이자 지름길이다. 지난 17년간 물가가 40% 오르는 동안 근로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은 묶어 놓아 직장인들의 세 부담을 증가시킨 것은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합리를 넘어 국정의 책임자들이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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