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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렉카 신원 확인, 유튜브 비협조·고비용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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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렉카 신원 확인, 유튜브 비협조·고비용 '이중고'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2.2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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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가' 신상 특정…한국 거주 30대 남성
美 법원 활용해 유튜버 개인정보 확보
해외 수사망 외엔 방법 없어…高비용 부담

유튜브에서 악성 루머를 양산해 돈을 버는 일명 '사이버렉카'에 대한 신원 확인이 이어지면서 단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기업인 유튜브가 영상 게시자의 신원 제공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개인의 경우 미국 변호사 비용 수임료 등 많은 비용이 들어 여전히 신원 확인 후 처벌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스포츠경향에 따르면 BJ과즙세연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리우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으로부터 유튜버 '뻑가'에 대한 증거개시 요청 일부를 승인 받은 뒤 신상 정보를 제공 받았다.

BJ과즙세연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 뻑가 채널에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통해 뻑가에 대한 신상을 특정한 뒤 향후 소송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은 뻑가의 신원 정보 확보를 위해 국내 수사 기관이 아닌 미국 사법 제도를 활용했다. 해외 모기업 '알파벳'을 기반으로 하는 유튜브가 영상 게시자 정보 공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신원을 파악하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정경석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구글코리아는 '유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미국 본사지 국내 지사가 아니다'라며 정보의 접근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며 "여러 사건에서 이미 사전 조회를 보내봤지만 답변은 항상 똑같았다"고 말했다.

대신 미국 법원으로부터 정보 제공 명령을 받아 구글 본사에 결정문을 송달한 뒤 해당 유튜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유튜버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신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한국·미국 로펌 변호사를 모두 선임해야 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개인은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국내 수사 기관에서는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에 영상 게시자에 대한 신원 정보를 요청해도 받아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 변호사는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미국 로펌 변호사의 수임료가 워낙 높아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제로 지금까지 유명인, 인플루언서, 사업가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분들만 사건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결국 유튜브와 모기업 알파벳의 협조가 없다면 큰 돈을 들여 해외 수사망에 의존하는 방식이 유일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여전히 사이버 렉카에 피해 입은 일반인들까지 처벌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영상을 올려야 하는 사이버 렉카로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유튜브가 활용하기 가장 좋은 장소"라면서 "유튜브 역시 영상 게시자에 대한 신원 제공 요청에 관여하려고 하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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