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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43.5%나 더 많은 대기업 초봉, 노동시장 이중구조 서둘러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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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43.5%나 더 많은 대기업 초봉, 노동시장 이중구조 서둘러 개선을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1.1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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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지난 2023년 한국의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정규직 대졸 평균 초임이 사상 첫 5000만원 돌파하여 일본보다 월등히 높은 5001만원에 달했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 12일 발표한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초과급여 제외)은 평균 5001만원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초과급여를 더하면 5302만원이나 된다. 높은 초봉의 효과는 입사자에 그치지 않는다.

연공형 임금 체계에서는 재직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임금은 더 높아지고, 다른 상위 직급자들의 임금 인상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임금 구조에 대해“높은 대졸 초임에 연공형 임금 체계, 노조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고임금은 지속 불가능하다”라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만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대·중소기업간 대졸 초임 격차가 훨씬 큰 이유는 우리 대기업 초임이 일본보다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시장 내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심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월 12일 2023년 기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이와 같은 내용의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대졸 초임이 평균 5302만원이고, 초과급여를 제외해도 5001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초과급여 제외)은 2731만원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6%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임금은 일본 기업들을 크게 앞서는데, 500인 이상 기업의 대졸 초임은 5만7568달러로 1000명 이상 일본 기업 3만6466달러보다 무려 2만1102달러(57.9%) 높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엔저와 고임금에 일본 청년들의 한국행 취업 증가 소식도 들린다. 높아진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고임금이 가져올 기업 경쟁력 약화 등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는 마찬가지다.

경제 성장 속에서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것은 나쁘게만 볼 일만은 결코 아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침체 기간에 임금이 제자리에 머문 것도 한·일 간 임금 역전과 격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와 일본의 임금 구조를 비교해 보면 한국 임금 체계가 상당히 왜곡돼 있음을 곧 파악할 수 있다. 고임금 체계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R & D)과 공장 확장 등 투자 여력을 축소시킬 우려가 크다. 최근 화두인 정년 연장 논의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큰 것이 문제다. 300인 미만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3238만원으로 300인 이상 5001만원 대비 1763만원이 적은 64.7%에 그쳤다. 입사 이후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소업체들의 경우 직원들의 이탈로 구인난이 가중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일 간 대졸 초임 격차는 기업 규모에 비례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간 비교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9.9~19.9% 높았는데, 대기업(한국 500인 이상, 일본 1000인 이상) 간 비교에도 일본보다 43.5%나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양국 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다. 양국의 10~99인 소규모 기업체의 임금을 각각 100으로 할 때 일본의 대기업은 114.4인데 한국 대기업은 무려 149.3에 달해 무려 34.9의 차이가 났다.

우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일본보다 훨씬 고착화(固着化)돼 있다는 얘기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는 이유는 대기업 정규직의 초임봉급 출발선이 지나치게 앞선 상태에서 해마다 호봉이 또박또박 오르는 연공형 임금 체계와 강성 노조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다. 물론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높은 주거비용과 생활물가 때문에 고임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고임금과 그에 따른 폐해를 줄이려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생산성에 비하여서도 과도한 고임금은 지속 가능할 수 없는 사안이므로 고임금 대기업은 과도한 대졸 초임 인상을 자제하고,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임금 수준의 적정성 문제를 고민해야만 한다. 기업은 높은 급여 인상을 자제하고, 성과에 따른 임금 체계로 바꿔 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생활물가 안정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를 위한 임금 체계 개편도 서둘러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뿌리 깊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출산율 저하의 주범이 되기도 하다. 한국처럼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를 지닌 이탈리아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불안한 일자리와 불확실한 미래 탓에 출산과 양육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의 분석 결과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3.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8달러로 29위였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가 일정 시간 내에 창출하는 물품과 서비스 가치를 뜻한다. 2023년 시간당 노동생산성 1위 국가는 아일랜드(154.9달러)였다. 이어 노르웨이(136.7달러), 룩셈부르크(128.8달러), 벨기에(112.8달러), 덴마크(103.9달러)가 2∼5위에 올랐다. 우리 임금 수준은 생산성에 비해서도 과도하다.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책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 성과급제가 하루빨리 조속히 자리 잡아야 할 이유다.

당연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으로 구조개혁만이 위기의 국가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주 52시간으로 요약되는 획일적, 경직적 노동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은 물론‘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소와 함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 개혁’이 화급하다. 무엇보다도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번성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불합리하거나 과중한 세금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돈과 사람과 기술과 아이디어가 몰리게 해야만 한다. 교육시스템을 다변화되고 있는 산업수요에 맞게 개혁하는 한편 고용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경직된 임금 체계와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는 등 노동 개혁을 일관되게 그리고 속도감 있게 강력히 추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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