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법안 많은 건 정무적으로 좋지 않다" 지적

주요 상임위원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대거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데 대해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폐기 수순이 반복돼 독단적인 이미지가 쌓일 수 있고, 입법 취지조차 제대로 숙지 못한 의원들이 속출하면서다.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가 정권 재창출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당이 가는 방향은 중도층 표심 확보와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복수의 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8건에 대한 당론 채택을 시도한다.
이번 안건에는 범죄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구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과 감사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 민법 개정안(구하라법),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 안전운임제 상시 도입을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 방지를 위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이 포함된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30여개 당론 법안을 채택한 민주당은 앞으로도 입법 가속 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이고 법안 통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라 가능하다.
당내 의원들은 무더기로 채택되는 당론 법안을 일일이 숙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한다. 또 지도부의 입법 방향에 반대하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반(反) 개혁'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 관련 토론도 자제하고 있다.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안을 상임위로 회부하는 표결에서 소신 투표를 하다 원색적인 비난을 받고 원내부대표에서 물러난 곽상언 의원의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이 정책 의원총회에 와도 당론에 대한 숙지가 잘 안 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도 "의원들이 사전에 좀 더 숙지를 하고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도 "(당론을 다수 채택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당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처럼 50여개를 당론 채택하려는 것은 당력을 분산시키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의원에 대한 소신이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데 이를 전부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모아서는 안 된다"며 "국회 본회의에 앞선 중요한 대목에 당의 정리된 의견을 갖고 당론을 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입법 전략만 노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론 법안이 너무 많으면 정무적으로 좋지 않다"며 "상대 당이 공격할 지점이 생길 수 있고 또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전부 추진하기 어려워 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