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대표 사퇴에는 “상황 참 엄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대장동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주어진 권력을 국민이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 이익, 정적제거, 권력 강화를 위해 남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법치의 탈을 쓴 사법사냥이 일상화되는 폭력의 시대,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장동 개발과 성남FC 관련 사건은 이미 10년, 7년, 5년 전에 벌어진 일들이다. 사건 내용은 바뀐 것이 없다”며 “바뀐 게 있다면 대선에서 패배했고 대통령이 검사하던 분이 됐고 그리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사건이 바뀐 것 없이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까 판단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본인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이재명이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다. 주어에 이재명이 거의 없다”며 “이재명이 어떤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저한테도 물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권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일 것”이라며 “영장심사 구치소, 영장심사가 끝난 뒤 구치소에 갇혀 대기하는 모습 또는 수갑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환조사에서) 제시된 새 증거, 아니 증거가 없었다. 유죄의 증거인데 설명하라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고 있으면 제시해보라고 하는데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본인에 대한 각종 의혹을 일일이 반박했다.
그는 “지난 대선을 되돌이켜보면 역사적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며 “대선에서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패배했고 그로 인해 제 개인이 치러야 할 수모와 수난은 제 몫의 업보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역사의 죄인”이라며 “그러나 지금 승자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권이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주길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영원할 것 같지만 정권과 권력은 길지 않다”며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있을 때 잘하라’고 하지 않냐.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고 나중에 후회되거나 회한 생길 일보다는 보람을 느낄 일을 찾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에 대한 억울함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제가 재선된 뒤 청와대가 직접 이재명을 잡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성남시에 모든 기관이 총 동원되어 탈탈 털었다. 이후에도 그런 수사, 조사, 감사가 계속됐다. 어느 날 통계를 내보니까 제가 근무일 기준으로 4일 중에 3일을 수사, 감사, 조사를 받고 있었다. 압수수색, 지금도 많지만 그때도 결코 적지 않았다. 아무 문제 없었다”고 호소했다.
또 “대선 기간에 이 대장동 문제가 불거져서 그때도 정말로 열심히 검찰이 수사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수사진 검사가 바뀌고, 검사 수사 인력이 늘어나더니 결국 갑자기 이게 구속사안으로 바뀐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은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된다,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어떻게 되나. 구속해야할 이유가 더 커지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반문했다.
다른 의혹들이 불거졌었지만 지금은 또 수그러들었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어디 갔나. 그렇게 몇 년 동안 20억원 받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팩트가 하나도 없는 의혹을 1년 수개월이 지나도록 온 세상에 도배를 했는데 대체 어디 갔나”라며 “조폭 연루설, 그것도 수개월 동안 돈다발까지 흔들면서 난리를 쳤지만 아무것도 없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한 불체포특권 포기, 대표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선당후사 정신 강조, 당과 분리대응 등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직접 영장심사에 출석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며 에둘러 반대 입장을 밝혔다.
‘거취와 관련해 당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공천 결단을 내려달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취재진 지적에는 “당이나 정치계에 생각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만 하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검찰 수사가 지속될 경우 방안을 묻자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 격퇴할 것”이라며 “오랑캐 침입 자체를 막을 방법이 있나, 없다. 이게 정치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적법한 수사와 정당한 권력 행사가 아니고 부정한 목적에 의한 검찰권의 남용, 국가권력 남용을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