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공천 과정 ‘오락가락’ 초선 활동 아쉬움도

더불어민주당이 8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요인으로 “무속 이슈에 올인했다”, “비대위원장의 발언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등의 평가를 내놨다.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초·재선 의원 10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연속토론회(1차)’를 열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선거 패배 후 이를 평가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발제 후 의원들 간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대표 발제를 맡은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우선 “민주당이 국민의힘 보다 선거 캠페인이 전반적으로 떨어졌고, 새 인물 등용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 못했다”며 “그 속에서 뿌리 깊게 관료화된 모습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여론 형성 측면에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배우자의 무속 이슈에 올인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후보에 대한 정보가 당내 선거 조직에서 너무 공유가 안 된 점도 있지 않았나”라는 문제점도 짚었다.
이밖에 후보 가족 및 배우자 이슈에 대한 ‘레드팀’의 기민한 대응 미비, 경선 후유증 극복을 위한 이재명 후보의 인간적 스킨십 부족, 경선 이후 후보 캠프·당 선대위 유기적 결합 미비, 초선 국회의원과 권리당원의 선거경험 격차 등을 대선 패인으로 꼽았다.
지난 지방선거 패인으로는 가장 먼저 ‘비대위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 미비 및 비대위원장 발언 통제 불능’을 지적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지도부의 일원 중 한명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다시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 전면에 나선 점, 여러 현안에 대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돌발 발언’이 이어진 점 등이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아울러 ‘공천 과정에서 중앙당의 오락가락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전략공천위원회에서 컷오프됐던 송영길 전 대표가 다시 전략공천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초선 국회의원들의 지역 조직 관리 능력 부족 등도 지방선거 패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한편 이 소장은 민주당은 2016년 강남좌파 유입과 2017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당세가 확장, 현재 민주당 지지층은 ‘정치적 각성을 거친 진보화된 이념 성향’으로 변모했고 4050세대가 핵심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분들을 자꾸 중도 성향이라고 하는데, 저는 중도라고 안 본다”며 “4050세대가 가장 큰 비중을 갖는 핵심층인데, 세대 구성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면 젠더이슈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2022년 대선 출구 조사를 보고 역시 지선에서 ‘20대 비대위원을 잘 모셨다’ 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가 늘었지만 투표율을 감안해야 한다. 전체 득표수가 줄었고 이들이 어디로 갔나 살펴봐야하는데, 4050세대가 여전히 주된 지지층”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이탄희 의원은 “민주당이 지성과 감성, 도덕성 중 지성과 도덕성이 부족하다. 감성정치로만 흘러가고 있고 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격이나 헌신에 대한 존중과, 문재인 정부의 공과는 다른 것이고, 이를 구분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했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도 (같은)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서 초선 의원들의 활동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초선 의원들이) 외부에 단순히 편승하고, 일부 경우는 극단적으로 혐오의 정서가 커지도록 하는 데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민병덕 의원은 “민주당에는 성공한 대통령이 말하는 ‘잘하지만 졌다’(라는 유령과) 성공한 대선후보가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 ‘두 개의 유령’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선거) 패배의 원인이 없는 이런 기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신임을 못받았기 때문에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나라는 측면, 또 이재명 후보는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한 대선후보라고 보기에 어렵지 않나라는 측면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