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의 사면론 언급 바람직하지 않아…국민 통합은 개헌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은 6일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살펴야 한다”며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국가 위기상황이다. 국민은 타협의 정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새해에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이 시작된다. 여야 각 당도 선거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선거에만 매달릴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편으로 선거에 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당면한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세계 질서 재편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 안전과 민생 ▲국회 차원의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 ▲국익 중심의 초당적 의회 외교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박 의장은 우선 “국민 안전과 민생부터 지켜내자. 선거 국면이 시작되더라도 국회가 안전과 민생에 총력 대응하는 비상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지난 8월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은 ‘코로나19 극복 경제특위’ 구성을 합의하는데 이미 세계 여러 나라 국회가 코로나 특위를 운영 중이다. 우리도 ‘국회 코로나19 특위’를 신속히 구성해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자”고 했다.
또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에 대한 국회의 밑그림을 그리자”며 “여야가 국가 미래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합의한 대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조속한 회담 개최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민통합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국민통합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며 “이 위원회에서 갈라진 국민 여론을 녹여내는 국민통합의 용광로 역할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장은 한반도 문제에서는 국익 중심의 초당적 의회외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새해는 한반도 평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한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남북 국회회담 추진도 본격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에 대해 입법부의 장으로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의 궁극적 제도화와 완성은 개헌에 있다고 본다. 권력 구조를 개편해 권력의 분점을 이룰 때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서 권력의 분산을 이뤄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뜻 그대로의 득표율과 비례하는 의석 분포가 필요하다”라며 “현행 선거제를 함께 고쳐낼 때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국민의 통합을 가져오는 제도적 장치는 개헌과 선거제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관련해서는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있었지만 국회법 절차, 민주적 절차를 충실히 거쳤다”라며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 법적 정당성에 문제없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필리버스터 종결표결 참여를 놓고 야권이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표결권과 토론권은 의장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장의 의무이기도 하다”라며 “역대 모든 국회의장은 표결에 참여했다. 2011년 한-EU FTA 토론종결 투표에 지금의 국민의힘 소속인 박희태 의장도 토론종결 건에 투표했다”라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방식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비공개로 한다고 해서 느슨하게 간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공개로 하니까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더 철저하고 엄격하게 검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한 부처 후임자를 고르는데 40여명에 권유했으나 찾지 못했다. 심지어 현직 차관인데도 장관 권유를 사양했다”라며 “지금 인사청문회 제도, 특히 도덕성 검증(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폐단도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청문회 개선이) 여야의 문제라면 적용 시기를 다음 대통령부터 하면 된다”라고 제안했다.
국회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서는 “국회 세종의사당은 서두르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며 “147억원의 예산이 생긴 만큼 2월에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에 법제도를 완성하고, 금년 안에 설계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통합디지털센터는 금년에 기본계획을 발주해 이번 국회 내 완공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미관계 전망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축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코로나 문제, 국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라며 “정부와 국회는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비핵화와 평화 제안을 미국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초당적 외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남북이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으면 남북 모두 강대국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며 “그러기 위해선 남북관계 외교에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미국, 중국 등 주변 강국의 협력 없이는 어렵다”라며 “이러한 세 가지 점을 잘 고려해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