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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젠 등록금 못내리겠다'는 대교협 회장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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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젠 등록금 못내리겠다'는 대교협 회장의 발언
  • 류난영 기자
  • 승인 2013.04.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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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지난 5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왔습니다. 이제 더이상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서거석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이 8일 열리는 취임식을 앞두고 서울 세종로 인근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등록금 인하 정책에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대학들이 5년 동안이나 등록금을 동결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데도 더 인하해야만 국가장학금을 배정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Ⅰ유형과 통합해 소득분위별로 장학금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대학들의 의견"이라며 대학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에 대한 재정투자 없이 대학 발전은 어렵다"며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질법도 하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규모가 중국 등 이웃 국가들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고 이런 추세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엄청난 액수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수년간 등록금을 큰 폭으로 올려온 대학들이 인하 요구에는 생색만 내고 있다는 것을 돌이켜 본다면 "웬 배부른 소리"냐는 언성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국가장학금Ⅱ 유형에 대해 참여는 고사하고 불만만 늘어 놓는다는 것은 대학 총장들의 대변자인 대교협 회장이 하기엔 뭔가 불편하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4년제 국·공립대학교는 전년대비 평균 5.5%, 사립대는 평균 4%의 등록금을 인하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서울대 0.25%, 연세대 0.8%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1%대에도 채 못 미치게 인하하는 등 생색내기 인하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하는 장치인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없애자고 한다. 이는 "우리는 충분히 희생했으니 국가 재정으로 반값 등록금 시행하라"는 이기적인 말로 밖에는 해석이 안된다. 대학들이 그동안 수차례 "대학 자율성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해 온 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장학금만 지원받고 등록금 인하를 위한 자체 노력은 하지 않겠다는 말은 괘씸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대학들이 그동안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해 온 것도 아니다. 대학들은 지난 수 년간 등록금을 평균 5~10%씩 올려왔다.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주춤해진 것은 불과 2009년 부터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들은 등록금을 2001년 5.9%, 2002년 6.9%, 2003년 6.7%, 2004년 5.9%, 2005년 5.1%, 2006년 6.6%, 2007년 6.5%, 2008년 6.7% 등으로 꾸준히 올렸다. 같은 기간 국·공립대도 적게는 4%대에서 많게는 10%넘게 인상했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정부 예산만으로는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교육계에 따르면 등록금 부담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매년 7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가운데 국가재정으로 4조원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교내외 장학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도 책임의식을 갖고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자제할 방안이 없다면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대학재정지원사업 뿐 아니라 모든 지원을 완전히 배제하는 카드도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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