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현대·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들 카드사가 체크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현금인출 기능 추가가 가능한 은행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 22일 NH농협은행과 결제은행이 농협은행으로 지정된 체크카드에 대해 현금인출 기능을 추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삼성카드는 신한·우리·SC은행 등 주요 은행들과 현금인출 기능을 탑재한 체크카드 발행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이외의 은행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는 우체국·KDB산업·하나은행 등 은행과 협약을 체결했고, 신한·KB국민은행과도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롯데카드도 우체국·KDB산업·하나·신한은행과 해당 사업을 진행 중이고, 농협은행과도 업무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이같이 기업계 은행과의 협약 체결에 힘쓰는 이유는 KB국민카드나 신한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와는 달리 태생적 한계로 인해 체크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현금인출 기능이 탑재된' 체크카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들 대부분은 체크카드를 떠올릴 때 '긁을 수 있는 현금카드'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현금카드 기능이 없는 체크카드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카드사의 체크카드 실적이 82조원(전체 카드 매출의 15.8%)을 기록할 정도로 체크카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카드 체크카드 실적(선불카드 포함)은 작년 전체 실적의 2.7%(2조3635억원)에 불과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이보다 비중이 적어 1%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은행계 카드사라는 장점을 발판삼아 지난해 발급매수 1800만장, 18조4926억원(전체 카드 매출의 20.23%)이라는 체크카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카드업계 중 가장 많은 실적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1년 출범해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이같은 체크카드 실적을 바탕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1580만장의 체크카드를 발급했고, 13조2900억원이라는 취급고를 올렸다.
삼성·현대·롯데카드의 체크카드 발급실적을 모두 합해도 500만장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계 카드사와의 차이는 크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체크카드에 현금인출 기능 탑재가 가능한 은행이 많아지면 고객에게도 긍정적"이라며 "이번 협약으로 그간 체크카드 시장에서 생긴 은행계 카드사와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계 카드사들은 현금 인출기능 탑재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인출 기능 추가로만은 체크카드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며 "각 은행에서 계열 카드사의 체크카드만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기업계 카드사의 상품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해야 체크카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체크카드를 포함한 직불카드 비중을 높이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