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를 둘러싸고,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2대주주인 선종구 현 회장간 경영권 분쟁이 진실공방으로 확전되고 있다.
하이마트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유진그룹 측과 하이마트 측(비상대책위원회)이 연이어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22일 선종구 회장이 하이마트 임직원들에게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다음날인 23일 유진그룹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선종구 회장을 교체하려 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문제의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를 놓고 양측의 진술이 엇갈린 가운데 갈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한편 하이마트 측은 유진그룹 측의 경영권장악 시도에 따른 항의의 뜻으로 오늘(25일) 전 지점 휴업을 하려고 했지만, 선 회장의 뜻에 따라 입장을 바꿔 정상영업에 돌입했다.
다만 이날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 앞에서 304개 지점장이 참석하는 결의대회는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 선종구 회장의 경쟁회사 설립 계획?
유진그룹 측은 선종구 회장이 지난 18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회의석상에서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리자"는 식의 발언을 대표이사 교체의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이같은 행동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교체한다는 입장이다.
유진그룹 측은 지난 24일 공식입장을 통해 "선 회장이 임직원과 주주들의 회사로 경영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야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실행 여부를 떠나 모든 주주와 회사 관계자의 신뢰를 저버린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이마트 측은 선 회장을 해임하려는 명분을 찾지 못하자 이메일 한통을 갖고 애써 퇴임 사유를 억지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이마트 비대위는 25일 공식입장을 통해 "선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을 하게 된다면 지분을 처리할 것인데 여러분이 원하면 같이 처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원하면 같이 해주겠다고 얘기한 것 뿐"이라며 "동참여부를 알려달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고, 현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2대 주주이자 창업자이며 매년 높은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는 선종구 회장을 해임하려는 명분을 찾지 못하자 이메일 한통을 갖고 애써 퇴임 사유를 억지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며 "월권이라 보일 만큼 문제될 표현이 없었으며 오히려 유진그룹이 전부터 경영권 탈취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감지된다"고 밝혔다.
◇ 7년간 경영권 보장?
하이마트 측은 유진그룹이 지난 2007년 말 인수 당시 현 경영진에 최소 7년 이상 경영권을 보장하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진기업 측은 하이마트를 인수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경영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하이마트 측은 25일 공식입장을 통해 "하이마트 인수의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우리는 유통에 대해 잘 모른다. 선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이 경영을 하면서 최소 7년 이상 해주는 조건으로 인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진그룹은 당시 어피니티파트너스(AEP) 대표에게 현 경영진이 경영해달라고 따로 부탁했고, 하이마트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한 어피니티도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말에 유진에게 지분을 양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7년 이상 보장했기 때문에 유진그룹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타 회사를 제치고 하이마트를 인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선 회장이 2대 주주로 전 재산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경영권 보장이 아니면 유진은 하이마트를 인수할 수도 없었고 선종구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날인 24일 유진그룹 측은 "선종구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유진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기 때문에 정작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