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있는 집’
찬바람이 불면서 가장 신나는 곳은 아마도 횟집일 것이다. 더운 계절에 날것을 먹는 것이 암만해도 찜찜해서 군침만 삼키며 여름이 물러가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대거 달려나온 덕이다.
서울에서 생선회의 천국으로 불리는 노량진 수산시장만 해도 8월에 몇 번 가보니 저녁식사 시간대인데도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어서 오히려 여기다 주차를 해도 되는 건지, 저기다 주차해도 괜찮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녁 시간대는 물론 밤늦게까지 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 탓에 주차장이 꽉꽉 들어차 주차하기 힘들 정도다.
노량진에서 생선회를 먹는 방법은 120여 활어가게 중 한 곳에 가서 먹고 싶은 횟감을 고르는데서 시작된다. 고른 횟감으로 활어가게에서 회를 쳐서 고추냉이(와사비)와 함께 내준다. 그런 뒤 ‘양념집’이라 불리는 식당 20여곳 중 한 곳에 가서 방금 사온 회를 건네주면 그것으로 상을 차려준다. 활어가게에서 당연히 챙겨주겠지만 탕을 먹으려면 회를 쳐서 살을 제거하고 남은 생선 뼈(서덜)를 챙겨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를 맛있게 먹으려면 가장 먼저 좋은 횟감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양념집도 제대로 찾아들어가야 한다. 품질 좋고 신선한 활어회를 좀 더 저렴하게 먹기 위해 일부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첫손에 꼽히는 양념집이 노량진 수산시장 우측, 그러니까 수협은행 쪽에 자리한 ‘충남식당’(02-813-9780)이다.
깔끔하게 한 상을 차려주는 것이나 직원들이 친절한 것은 기본이다. 이 집에서 준비하는 양념장, 상추, 깻잎, 마늘, 고추, 배추김치, 열무김치, 갈치속젓 등 회를 먹을 때 꼭 따라야 하는 양념들이나 곁들여지면 좋은 밑반찬들은 하나 같이 맛있고 신선하다.
양념집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매운탕’과 ‘맑은탕’(지리)은 서울 도심의 유명 일식집의 그것들 보다 나으면 나았지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다. 매운탕은 그야말로 감칠맛 나고, 맑은탕은 맛깔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서 1층 마루, 2층 방 5개 등 80석이 넘는 대형 가게이지만 늘 인산인해다.
여주인 서경림(73)씨의 손맛에 힘입어 32년 동안 사랑 받아온 이 집은 지금은 고령의 시어머니를 대신해 양념 맛을 전수 받은 며느리 안옥희(41)씨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안씨가 17년 동안 음식 맛내는 법을 전수 받아 이제는 단골들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탕 맛을 구별해내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서씨는 지금도 늘 가게에 나와 음식 맛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충남식당 역시 노량진의 다른 양념집들처럼 자리 값으로 1인 3000원을 내면 기본 상차림을 해준다. 여기에 탕을 원하면 탕 값을 내고 소(2인용 1만원), 중(3~4인용 1만5000원), 대(5~6인용 2만원)를 주문하면 된다. 소주, 맥주는 각 3000원, 청량음료 1000원, 공기밥 1000원이다.
요즘 충남식당에서 물 좋다며 추천해주는 횟감은 숭어와 방어다. 숭어는 활어가게들에서 ㎏당 1만5000~2만원, 방어는 ㎏당 2만5000원~3만원이다.
제철 맞은 꽃게도 좋다.㎏당 2만~2만5000원이다. 3마리 정도 되는데 충남식당에서는 5000원을 내면 쪄준다. 대하는 ㎏당 2만~2만5000원이다. 15~20마리 정도 된다..양에 따라 5000~1만원을 내면 소금구이로 먹을 수 있도록 차려준다.
명절에도 영업하고, 24시간 운영하니 진정한 연중무휴다. 주차는 수산시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활어를 구입한 가게와 충남시장에서 주차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