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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여행길, 문학에 흠뻑 젖다…명소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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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여행길, 문학에 흠뻑 젖다…명소 베스트5
  • 김정환 기자
  • 승인 2012.09.03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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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가보자. 독서의 계절 가을에 더욱 큰 의미를 지니는 여행지들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했다. 9월에 가볼 만한 다섯곳이다.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북8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의 고향이다. 멀리 통일신라 시대 고운 최치원(857~?)이 이곳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오래도록 머물며 후학을 길렀다. 고려의 정지상, 김극기, 안축, 조선의 서거정, 이황, 정문부 등 당대의 명사 13명은 월영대를 찾아 시를 남겨 그를 기렸다.

가까이 마산 태생 시조시인 이은상(1903~1982)이 즐겨 산책하던 곳이 노비산이다. 호 '노산'이 바로 이 산에서 비롯됐을 정도다. 노산이 떠난 그 산에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 서 있다. 전시실은 결핵 문학, 민주 문학, 바다 문학 등 문학의 특징별로 나뉘었다. 이 중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 국립마산병원)에 머물던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결핵 문학'에 주목하자. 결핵 계몽지 '요우'뿐 아니다. 문학 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을 지금도 발행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문인들이 그곳에 머물렀다. 과거 문인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합포구 곳곳에는 문학비가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용마산 산호공원이다. 공원 입구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학비가 늘어선 '시의 거리'가 시작된다. 무학산 만날공원에 가면 창원 태생 천상병(1930~1993)의 시인의 '새' 문학비가 있다.

이 밖에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창원시립문신미술관, 개항 1번지이자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맞선 민주도시이기도 한 마산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 내 창원시립마산음악관 등도 꼭 찾아보자. 창원시청 관광진흥과 055-225-3695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전북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그 산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내달렸다. 그리고 광대한 바다 앞에서 멈춰섰다. 그 산은 변산, 바다는 서해다.

변산의 전나무 숲길 끝에 단정하게 자리 잡은 내소사, 울금바위를 뒤로하고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등 백제시대의 고찰들,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육지와 연결되는 하섬,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천일염 생산지인 드넓은 곰소염전, 유홍준(63) 교수가 '환상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라고 칭찬한 '격포에서 모항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 등 전북 부안의 풍경은 산과 바다의 운명적인 만남 속에서 더욱 아름답고 매력적인 정취를 드리운다.

그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성장한 시인 신석정(1907~1974)은 시집 '촛불'(1939)과 '슬픈 목가'(1947)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가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를 쓴 것은 필연이었을 듯하다.

그러나 신석정을 '참여시'의 반대 편에 서있던 나약한 시인으로만 여긴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문예지 '문장'에 게재될 예정이던 시가 검열에 걸리고 '문장'이 1941년 강제 폐간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던 때 친일 문학지 '국민문학'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자 청탁서를 찢고 창씨개명도 끝까지 거부한 채 광복될 때까지 절필했다. 또한 5·16 쿠데타를 통해 박정희 군부가 집권하자 이를 비판하는 시를 발표했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부안군 선은리에 건립된 신석정문학관을 들른다면 그의 숨겨진 지사적인 풍모와 대면할 수 있다.

부안은 기생이자 여류 시인 이매창(1513~1550)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로 시작되는 '이화우'를 쓴 그녀를 기려 매창공원이 만들어졌고, 시비도 세워졌다. 허균(1569~1618)이 쓴 애도의 시,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1891~1968)가 매창의 무덤을 찾아 읊었다는 '매창뜸'도 시비에 새겨져 있다.

출출하다면 백합죽, 백합탕, 백합구이 등 다양한 '백합 요리'나 9가지 젓갈이 나오는 '젓갈정식'을 맛보자.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713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 문학관(경기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소나기'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본 단편소설이다. 소년과 소녀가 주고받은 아련한 사랑은 가슴 속 깊이 간직돼 세파에 지칠 때마다 떠올리면서 마음을 정화하게 한다. 소설의 감동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 경기 양평의 소나기마을이다.

이곳에는 황순원(1915~2000) 부부의 묘소와 함께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황순원의 삶을 조명하는 황순원문학관이 있다. '소나기' 외에도 '골목' '밀어' '우리 안에 든 독수리' '늙는다는 것' '옛사랑' '나의 꿈' 등 시와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마을의 개' '학'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중단편 소설까지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소설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예술적 성과의 한 극치를 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황순원의 작품 세계를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문화관 주변으로 '소나기'에 등장하는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송아지 들판, 고백의 길 등이 조성돼 있다. 관람객은 산책을 하며 '소나기' 속 소년과 소녀도 돼보고, 풋사랑처럼 사춘기 시절의 추억도 되살릴 수 있다. 특히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일 3차례 인공 소나기가 내리니 기꺼이 맞으며 흠뻑 젖어보자.

연계 관광지로 양평군립미술관, 철갑상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 구둔영화체험마을,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된 옛 구둔역이 있다.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6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강원 정선군 화암면 몰운리)

산 높고 계곡 깊은 강원 정선에 들어서면 누구나 시를 읊고 싶고, 창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황순원의 아들인 시인 황동규(74)는 수려한 경치가 북녘 땅 금강산에 뒤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금강으로 불리는 절경 끝자락, 몰운대에서 '몰운대행'을 노래했다. 여러 문인들도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시로 옮겼다. 몰운대는 21세기 영상 예술가들로부터도 사랑 받고 있다.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 '닥터 진',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의 촬영지다.

고목 한 그루와 시비가 있는 몰운대를 시작으로 '몰운대행'의 배경이 된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고즈넉한 트레킹 코스는 바닥이 푹신푹신하고 경사가 평이해 가족들이 함께 걷기에 최적이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됐고, 김원일(70)의 장편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는 그리운 고향으로 그려졌다.

볼거리 풍성한 정선 읍내 구경도 흥미롭다. 아라리촌에는 옛집과 함께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을 해학적으로 재구성한 조형물이 있다. 인심과 먹을거리 가득한 정선 장터도 놓치지 말자. 올해 '한국 관광의 별'로도 선정된 명소다.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국수 등 지역 별미를 파는 먹자골목이 들어서 있고, 각종 산나물과 옥수수, 수리취떡 등을 현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병방산에는 최근 개장한 아리힐스리조트가 있다. 스카이워크 체험을 통해 한반도 지형을 닮은 물돌이 마을을 구경할 수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 진신 사리를 봉안한 정암사도 꼭 찾을 곳이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3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경북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칠곡을 대표하는 구상문학관은 한국 시단의 거장 구상(1919~2004) 시인의 유품을 전시한 곳이다. 프랑스에서 '세계 200대 문인'으로 뽑혔으며, 작품은 영어와 불어, 독어, 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76)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고 평했다.

구상은 서울에서 태어나 네살 때부터는 함경남도 원산으로 이주했다. 1946년 원산에서 동인지 '응향'을 통해 등단하는 그는 시가 반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필화 사건에 연루돼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공산 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월남한다. 신익희 전 대통령 후보, 장면 전 총리,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그의 인품을 흠모하며 정치 참여를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손을 내저으며 시인의 길 외에 어떤 권력도 사양했다.

전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반독재 투쟁을 벌여 투옥되기도 한 그는 1952년 칠곡 왜관으로 낙향해 1953~1974년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에 매진,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친교를 쌓는다. 특히 '응향'의 표지를 그린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왜관에 있는 그의 집에 머물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무렵 그린 그림이 ‘K씨의 가족'이다.

구상문학관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한 유품 300여 점이 전시됐고,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있다.

지역 명소로 서울의 명동성당과 동시대인 1895년 건립된 유서 깊은 성당인 가실성당,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6·25동란 당시 아군 1만여 명, 적군 1만7500여 명이 전사한 다부동전투를 기념하는 다부동 전적기념관, 기분 좋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조선시대 가산산성 등도 명소다. 칠곡군청 새마을문화과 054-979-6064

    9월의 가볼 만한 곳, 구상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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