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있는 집’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기사식당의 대표 메뉴여서일까. 마트 시식대에서 가장 흔한 메뉴이기 때문일까.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이나 돼지고기라는 식재료 탓일까.
‘돈가스’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 집에 가면 그런 생각이 180도 달라진다. 돈가스도 소고기 스테이크 못잖은 고품격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울 을지로 수하동 66번지 페럼타워 지하 1층 ‘안즈’(02-6353-8948)다. 일본과 타이완에 10여개 매장을 두고 정통 일본식 돈가스, 그러니까 ‘돈가츠’를 선보이는 전문 레스토랑이다.
한국에는 이곳 뿐으로 2010년 12월 오픈했다. 셰프와 스태프들이 일본 본사에서 교육을 받고 와 현지 맛을 그대로 살렸다. 오랫동안 프리미엄 돈가츠를 만들어온 현지 노하우를 이어 받은 집답게 모든 재료를 엄선해 쓴다. 돼지고기는 국내산 토종 돼지고기를 독자적인 방법으로 냉장 숙성해 사용하고, 곁들여지는 밥을 짓기 위한 쌀은 경기 김포에서 재배된 일본 쌀인 ‘고시히까리’를 사용해 가게 앞쪽에 설치된 일본풍 가마솥에서 짓는다. 돈가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양배추는 매일 아침 들여오는 싱싱한 양배추만을 쓴다. 이것만으로도 이 집의 음식 맛을 예상할 만하다.
실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다. 특히 벽을 장식하거나 칸막이처럼 세워놓은 대나무가 도심의 자연인양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리에 앉아 일행과 함께 이 집의 대표 메뉴들을 시켜봤다.
먼저 ‘긴조 특 로스(등심) 가츠 정식’이다. 청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로 ‘좋은 재료로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일본어인 ‘긴조’(吟醸)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특’자까지 붙어 있는 것만으로 이 메뉴가 가진 가치를 가늠하고도 남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먹기 좋게 썰어서 나오는데 고기 두께부터 일반 돈가스의 배는 돼 보인다. 웬만한 소 등심 스테이크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한 조각을 집어 들고 국산 천일염을 살짝 찍은 뒤 입에 넣었다. 조심스럽게 베어 무는 순간, 일단 튀김옷에서 씁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부터 마음에 든다. 그 다음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성해서 더욱 흡족하다. ‘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복감이 혀 끝에서 입 안을 거쳐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텁텁함도 전혀 없다. 유자 간장 소스를 뿌려 먹는 양배추 샐러드, 계절야채 절임, 가마솥 밥, 된장국이 함께 세팅된다. 밥은 백미와 흑미 중, 된장국은 바지락과 미역 중에 고를 수 있다. 가격이 3만2000원인 것이 부담스럽지만 돈 값은 하니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하다.
다음은 ‘로스(등심) 가츠 나베 정식’(1만8500원)이다. 물론 긴조도 아니고, 특도 아니니 두께를 긴조 특 로스의 육질이나 고기 두께와 비교하지는 말자. 그러나 그 동안 먹었던 일반적인 로스 가스의 육질이나 맛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갑’이다. 게다가 특제 간장 소스로 맛을 더하고, 반숙 달걀을 올려 끓여내니 그 맛이 더욱 돋보인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거나 한기마저 느껴지는 계절에 최적이다. 가마솥 밥과 국, 양배추 샐러드, 계절 채소 절임 등이 함께 나온다.
끝으로 ‘오니오로시 로스 가츠 정식’(1만9500원)이다. 로스 가츠 나베 정식에 포함되는 것과 같은 로스 가츠 위에 무를 곱게 갈아 올리고 다시 그 위에 다진 파를 뿌려준다. 옆에는 자몽 반쪽을 내온다. 자몽으로 즙을 내 로스 가츠 위에 뿌려주니 원래도 돼지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던 고기에서 좋은 향이 풍긴다. 자몽은 향기만 더하는 것이 아니라 상큼한 맛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콜레스테롤도 낮춰주니 미용이나 건강을 생각해 돈가츠를 멀리해온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먹어볼 만하다. 게다가 무는 소화를 도와주니 더욱 챙겨 먹을 만하다. 아쉬운 것은 계절 메뉴라 9월15일까지만 맛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집도 다른 일본식 돈가츠 집처럼 들깨를 넣은 그릇과 깨봉을 준다. 곱게 갈아서 소스를 부은 뒤 거기에 돈가츠를 찍어 먹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이 집 들깨는 정말 곱게 잘 갈린다. 그 덕에 들깨가루가 소스와 좀 더 잘 섞여 먹을 때 목에 들깨가루가 걸려 불편해 하는 일이 없다. 소스도 너무 달지 않고 느끼하지 않아 좋다.
자신들이 만들어 파는 돈가츠에 대한 자부심을 써놓은 냅킨이 이 집에서 파는 음식에 대한 신뢰감을 더한다. 연중무휴이며, 런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디너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다. 오후 3~5시는 휴식 시간이라 손님을 받지 않는다. 런치 타임에는 인근 직장인들로 넘쳐나므로 예약은 필수다. 주차는 건물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2시간까지 무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