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인생 평생 잊을 수 없는 4분이었다." 홍명보호의 수비수 김기희(23·대구)가 한일전 경기 막판 교체 투입돼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홍명보(43)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박주영(27·아스날),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는 9번의 올림픽 도전과 64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1948년 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두 번의 8강 진출과 여섯 번의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경험한 뒤 거둔 값진 성과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혜택을 받기 위해선 단 1초라도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날 경기전까지 총 5경기 동안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는 대표팀 내에서 김기희가 유일했다.
홍 감독은 김기희를 배려해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43분 구자철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게 했다.
이로써 김기희를 포함한 대표팀 전원은 병역법에 따라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경기 후 김기희는 "그 동안 경기에 못 나왔는데 출전할 수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며 "축구인생이 끝날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할 4분이 될 것이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어 "(병역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형이 인터넷을 보고 연락해줘서 알게 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며 남 모를 고충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물도 뿌리고 즐거움을 만끽했다. 동료들이 밥상 위에 숟가락만 올렸다고 놀렸다. 나의 마음고생을 알고 장난을 친 것이다"며 "동료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웃었다.
이와 관련해서 홍명보 감독은 "본선에서 18명이 모두 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