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 결승행 한 방 터뜨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주영(27·아스날)이 하늘 높이 떠올라야 할 차례다.
홍명보(43)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에서 최대의 일전이 될 브라질과의 2012런던올림픽 축구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준결승전이 열리는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트는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31·QPR)이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7만5000여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우승후보' 브라질과 '4강신화'를 쓴 한국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한 팬들로 경기장은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박주영은 영국인들의 뇌리에 강력히 각인될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5일 영국과의 8강전에서 선취골을 기록한 프리미어리거 '막내' 지동원(21·선더랜드)처럼 말이다.
홍명보호는 8강전에서 '축구종가' 영국을 맞아 1-1 접전끝에 승부차기승(5-4)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동원은 영국전 최고의 수훈 선수가 됐다.
소속팀 선더랜드에서 주로 교체 멤버로 활약했던 지동원은 영국에서 겪었던 벤치멤버의 설움을 화끈한 중거리골로 설욕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동원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바빴다.
선더랜드 구단 홈페이지는 "잭 버틀란드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벼락같은 슈팅이었다. 선더랜드의 간판스타가 이날 전반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아스날에서 정규리그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마저도 교체투입이었고,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벵거 감독이 그를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킬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명보호의 '에이스' 박주영이 처한 현실이다.
박주영의 실력이나 경력은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박주영은 그 동안 출전기회가 없었을 뿐 얼마든지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박주영과 함께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발탁된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창수(27·부산)와 골키퍼 정성룡(27·수원)이 부상을 당해 브라질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맏형'인 박주영의 어깨가 무겁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무대를 경험한 박주영은 후배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돼야 한다.

박주영은 지난달 30일 열린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홍명보호의 올림픽 첫 승(2-1)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는 조별리그 최종전 가봉과의 경기(0-0)에서는 침묵했다. 한국이 경기를 완벽히 주도한 상황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영국과의 8강전도 마찬가지였다. 최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지만 박주영의 발끝은 침묵했다.
준결승 상대 브라질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을 앞선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브라질의 수비 조직력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에서 총 5골을 내주었다.
중앙수비수 티아구 실바(27·PSG)와 후안 헤수스(21·인테르 밀란)가 거목처럼 버티고 있지만 팀의 공격적인 전술 탓에 실점을 많이 한다.
양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24·레알마드리드)와 하파엘 다 실바(22·맨유)의 공격가담시 빈 공간을 메우지 못하는 수비 불안을 보이고 있다. 홍명보호로선 적극 공략할 부분이다.
폭넓은 움직임으로 빈 공간 침투능력이 좋은 박주영이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이 브라질만 꺾는다면 최소한 은메달을 확보한다. 패할 경우에는 3·4위전으로 밀려 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승리하기 위해선 골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지를 눈앞에 둔 홍명보호의 마지막 퍼즐은 박주영이 앞장서 풀어야 할 중차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