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로 인한 농업피해 우려에 대해 " 농업도 수출산업이다. 지원하면 덴마크 등 유럽 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FTA 관련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란 법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로 인해) 농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를 보상한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걸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농민도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갖는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런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산업화 초기에 수출산업을 지원했듯이 하면 된다"며 "농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도록, 그런 자세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한·미 FTA 처리과정과 관련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겸허한 자세로 국민께 감사하고, 후속 조치를 신속히 철저히 해야 한다"며 "여야 모두 국익을 챙기자는 데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미 FTA를 체결한 후 비준까지 4년 7개월 걸렸지만 어쩌면 그 시간동안 정부가 미처 철저히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대의견을 포함해 국회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제 더 이상 갈등 키우는 건 국가나 개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세계 경제가 지금 예측불허"라고 우려했다.
또 민생과 관련해 "혼신을 다하면 한 자리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 수 있다. 혼신을 다하면 어쩔 수 없는 물가라지만 물가도 내릴 수 있다"며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바닥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진정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장관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한·미 FTA는 세계 최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라며 "이럴 때 과감히 투자하고 일자리를 줄일 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 기업인이 어려울 때 사람 줄이고 필요할 때 사람 쓰기보다는 어려울 때 상생발전해야 한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 통과된 한·미 FTA 비준안과 관련해 이날 긴급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후속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자신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대국민담화 등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놓고 청와대는 입장 설명을 위한 형식·시기·내용 등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해외 순방 및 한·미 FTA 처리문제 등이 마무리됨에 따라 청와대 인적쇄신 등에 착수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10·26 재·보궐선거가 여권의 패배로 끝나면서 곧바로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인적쇄신을 위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기존에 미뤄뒀던 차관 인사 등 남은 임기 1년 동안 현 정부를 이끌어갈 행정부 인사도 추가로 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