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22)은 지난해 SBS TV 드라마 ‘신기생뎐’으로 혜성처럼 등장,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기생’이라는 독특한 인물설정,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신비롭고 묘한 매력은 신인의 이름 석 자를 똑똑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배우의 삶에 이 작품의 배역인 ‘단사란’이 따라다니는 것은 각오해야했다.
“사란이를 버리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근 1년 동안 사란이로 살았기 때문에 그 캐릭터가 저에게 굉장히 많이 녹아있었죠. 새로운 인물을 만나기 전 기존의 인물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빨리 후속작을 정해서 ‘단사란 같다’는 말은 듣기 싫었어요. 원래는 말괄량이 같은 성격인데 드라마를 찍다보니 우울하고 사회생활이 힘든 것 같아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대요.”
그래서 선택했다.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전작이 끝난 후 고심해 고른 역은 MBC TV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의 톡톡 튀고 패셔너블한 엄친딸 ‘염나리’다. 어떻게 보면 ‘악녀’라고 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저는 나리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황지안’(김선아)의 안티일 뿐이죠. 중간중간 얄밉게 놀리는 것 말고는 악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잖아요? 저 스스로는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전작보다 밝은 이미지를 보여드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기하는 인물의 성향이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적어도 이 작품 하면서 우울하게 지내지는 않았거든요.”
염나리는 자신의 사장 취임식 자리에서 앙숙처럼 지내던 황지안을 사장으로 추천하고 진정한 오너가 되기 위한 유학길에 올랐다. 임수향은 염나리처럼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눈앞에서 포기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마지막에는 사장에 올랐으니 내려놓기를 통해 결국 행복을 되찾았지만 현실에서 쉽지는 않잖아요.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는 하는데 배우의 길을 걸을 때 욕심이라는 것은 중요한 요소 같아요. 연기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임수향은 중1 때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학원형 기획사에 첫 발을 디디며 연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연기수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지만 1년 만에 짐을 싸들고 귀국했다.
“집에서는 반대했어요. 왜 굳이 ‘딴따라’를 하느냐고요. 같이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따라온 아이들 틈에서 연기를 한다고 울고 웃고 소리 지르는 제 모습을 보니 ‘이게 내가 선택할 길이구나’ 싶었죠. 그 순간부터 연기를 계속하고 싶더라고요.”
즐겨보는 드라마 중 탐나는 배역으로 MBC TV ‘골든타임’의 ‘강재인’(황정음) 역을 꼽았다. 밝은 에너지가 돋보이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단사란도, 염나리도 어찌보면 굉장한 완벽주의자들이죠. 이제는 빈틈도 많고 털털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골든타임’에서의 강재인처럼 밝은 역할이 들어왔으면 해요. 가장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남자배우도 이선균 선배거든요. 상대 배역을 편안하게 끌어주는 매력이 있잖아요.”
임수향은 자신의 능력을 펼칠 가능성이 무한한 젊은 여우다. 실제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을까.
“성숙한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평이 배우로서 좋다고는 생각하는데 동안인 친구들을 보면 가끔 속상할 때도 있죠. 그런데 이런 얼굴은 안 늙거나 더 젊어진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 하하하.”
말투와 웃음소리에는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영락없이 묻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