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관련해 제도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불체포특권과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가 묘하게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정두언 의원 본인이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의향이 있음에도 끝내 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은 억지로 기다렸다가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초에야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하는 웃지 못 할 사태가 초래됐다.
◇현행법상 불체포특권은 국회의 특권…의원 개인은 포기할 수 없어
정 의원을 곤경에 빠뜨린 불체포특권이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는 국회의원을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또 이미 체포·구금된 국회의원이라도 회기 중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석방된다.
여기서 체포·구금이란 일정기간 일정한 장소에 가두는 강제처분을 가리키고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 절차 역시 엄밀히 말하면 체포·구금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구치소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국회의원을 출석시키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당연히 불체포특권이 발동, 국회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정 의원의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혐의 사건에서도 검찰과 법무부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하는 과정을 굳이 밟아야만 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이 지난 6일 정 의원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체포동의 요구서를 전달받은 법무부는 국회에 정 의원의 체포동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를 거부할 것으로 여겨졌던 정 의원이 영장실질심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부터 사건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회기 중인 의원이 자진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었고 결국 이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는 권한이라는 점이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에 있어서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제도이므로 사실상 국회 전체의 특권이다. 국회 전체의 특권을 한낱 의원 개인이 멋대로 버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정 의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난 11일 19대 국회 첫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됐다. 당시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영장실질심사는 전격 취소됐으며 새누리당의 '의원 특권 포기' 공약까지 물거품이 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게다가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이번 회기 내에 체포동의안을 재차 발의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정 의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회기가 종료될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정두언법 발의…해결책 될지는 미지수
이같은 불합리한 사태가 벌어지자 남경필 의원 등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24일 국회의원이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속칭 '정두언법'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경우 구인을 위한 영장을 발부해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해야 한다'란 내용을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고 동시에 피의자가 심문에 응하지 않는 경우 구인을 위한 영장을 발부해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해야 한다'로 바꿨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 의원처럼 영장실질심사에 스스로 응하려는 피의자의 경우에는 구인 절차 없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자진출석하려는 피의자에 한해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절차를 자체를 없앰으로써 검찰과 법원, 법무부가 국회에 의원 체포동의를 요구할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의 경우 반드시 구인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피의자 인권을 위한 영장실질심사를 판사의 재량이 아닌 의무로 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피의자가 자진해 심문에 응하는 경우를 예상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남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영장실질심사의 강제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혜미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 조사관은 "일반 피의자들의 경우 영장실질심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인권보호와 소송경제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강제구인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외국의 경우도 대개 강제구인에 의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조사관은 "체포동의안이 회부될 경우 국회 내부조사권을 발동해 사건의 중대성이나 체포 필요성을 파악하고 그 조사결과를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