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계절학기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칠판만 응시하는 수동적인 수업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적인 수업이 등장했다. 강의실을 벗어나 산과 바다로 떠나거나 봉사활동을 위해 해외로까지 나가기도 한다.
이전 대학생들은 알찬 방학을 보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계획 세우기 바빴다. 학점 취득을 위해 계절학기는 물론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 투자부터 기업 인턴쉽, 해외 봉사활동까지 두 달여의 방학이 짧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대학의 계절학기는 학점은 물론 그들의 다양한 고민까지 한번에 해결해 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형태로 진화했다.
변화하는 계절학기 수업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과거 무겁고 지루했던 수업이 재미와 경험, 즐거움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또 단순히 부족한 학점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계절학기가 아닌 무엇인가 배워가겠다는 의식이 강한 학생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수업은 없다.
◇마음의 수양으로 스트레스 팍!
기존의 계절학기가 단순히 '학점'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지친 학생들을 위해 자신을 수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국대학교는 이번 여름 계절학기에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방법인 간화선(看話禪)을 체험할 수 있는 '간화선 집중수행' 강좌를 개설했다.
간화선이란 화두를 하나씩 해결하며 철저한 큰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수행 방법이다. 수업은 동국대 국제선센터 선원장이자 범어사 주지인 수불스님이 맡는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업과 스트레스로 지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자신과 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주의적이다'는 평가를 받는 대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수업도 있다.
조선대학교는 지난 9일 15박16일 일정의 2학점짜리 '국토대장정' 수업에 돌입했다. 이날 학교를 출발한 학생들은 나주~무안~목포~제주~완도~해남~강진~화순 등 391㎞에 이르는 지역을 도보로 이동한다.
조선대 관계자는 "국토를 걸으며 단체생활과 협동심 등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행사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9회째를 맞는다"고 설명했다.
◇학점도 받고 인턴쉽 경험도 하고
대학과 기업의 연계로 대학에서는 기본 교육을 받고 기업 현장에서는 직접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는 환경부, 홈플러스와 손잡고 '그린 리더 인턴쉽'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서울대에서 '그린 리더쉽 교과과정'을 2과목 이상 이수한 학생들은 정부기관과 민간기업, 시민단체 등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학생들은 1주일간 기본 소양 교육을 받은 후 90시간의 녹색소비 프로그램 연구와 신규 프로그램 개발, 환경 관련 소비자 대상 커뮤니케이션 계획 수립, 지식경제부 대중소 탄소파트너쉽 프로젝트 수행 등 현장 실습으로 3학점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생들에게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경영에 대한 현장실습, 실질적인 업무수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라고 밝혔다.
◇해외 봉사활동 경험까지
계절학기를 통해 해외 봉사활동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충북대학교는 2주간의 강의와 2주간의 해외 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CBNU 해외봉사' 강좌를 개설했다.
이 수업을 수강하는 22명의 학생들은 지난 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시 양수진의 소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 등을 가르치는 교육 봉사활동과 농촌 일손을 돕는 노력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충북대 관계자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소수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능력이 봉사활동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색적 계절학기가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요구하는 기업과 입시교육에 벗어나 자기 자아를 찾으려는 개인의 동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성삼 건국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는 공부벌레를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인성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게 되면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이 필요해졌다"며 "입시 스트레스에 벗어나 자아를 찾아 단련하려는 개인적 욕구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의 문제에서도 성적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대학 수업을 통한 다양한 경험이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