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또 비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덕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의혹에는 담 회장 뿐만 아니라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까지 언급됐다. 게다가 비자금의 사용처가 고급와인과 명품시계 같은 사치품이라고 알려져 국민들 사이에서는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특이 이 대목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스포츠토토 대주주인 오리온의 재계약 여부다. 오리온의 스포츠토토 사업권은 오는 9월 만료된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스포츠토토 비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오리온이 계속해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지난 달 31일 조경민(54)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임직원들의 급여, 상여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50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인의 형이 운영하는 업체 4곳에 허위발주를 내거나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4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2004년 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해당업체 직원의 급여를 스포츠토토가 대신 내주게 해 1억7000만원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조 전 사장을 구속하고 비자금 조성 규모와 출처를 계속 확인해 왔다.
◇스포츠토토, 오리온 '퇴출'?
스포츠토토가 오리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것은 10년 전인 2003년. 당시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유상증자에 3백억원을 출자,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복권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오리온은 스포츠토토의 모회사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을 100억원에 인수하고, 스포츠토토의 유상증자에 5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등 의욕적인 출발을 보였다. 오리온을 등에 업은 스포츠토토는 이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스포츠토토는 지난해 매출 2500억원에 순이익 370억원으로, 오리온으로선 알짜배기사업이다.
반면 오리온이 10년간 스포츠복권사업을 장기 집권하면서 특혜설과 각종 로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검찰이 스포츠토토 본사 및 임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포츠토토가 2008년 부동산 개발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횡령 의혹이 발생했으며, 포천 골프장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도 로비의혹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스포츠토토사업권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상대로 수사도 벌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팀 관계자는 "오는 9월 오리온의 스포츠복권 사업권 만료는 현재로는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단 감사 결과를 스포츠토토에 통보해 소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재계약 여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결정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현재 확인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며 "향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처럼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리온그룹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담 회장이 석방 후 해외투자 등 공격경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향후 스포츠토토 등 그룹 전반적인 사업은 더욱 어두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