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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집중] '시점이 참 묘하네'... 금융노조 총파업 결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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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집중] '시점이 참 묘하네'... 금융노조 총파업 결행할 듯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2.07.2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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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의 총파업 결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금융노조는 최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통한 메가뱅크 추진을 중단하고 ▲낙하산 인사, 농협 장악 등 관치금융 시도를 중단하라는 등의 요구로 91%의 찬성을 얻어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의 명분으로 ▲대학생 20만명 대상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실업해소와 노동강도 완화 ▲2015년까지 비정규직 철폐 ▲정년연장과 양성평등 제도 개선 등도 덧붙였다.

금융계 주변에선 이와 관련, "금융계 낙하산 인사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금융노조는 그동안의 숱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실상 크게 문제삼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총파업은 뭔가 석연찮다"고 의아스러워 한다.

가장 큰 의구심은 금융노조의 속내.

총파업 명분으로 가렸다지만 '우리금융 민영화 및 이로 인한 은행권 구조조정 후폭풍 등 사실상 자신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과 한 시중은행의 대출서류 조작 사건으로 은행권 모럴해저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신들의 이해'에만 너무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안모씨는 "최근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통해 각 은행이 서민을 봉으로 삼고 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런 와중에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총파업을 실시한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씨도 "지난주 은행과 관련된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 신경을 많이 썼다"며 "파업하는 것을 안 좋게만 볼 수는 없지만 고객들의 편의는 도외시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CD담합 의혹 등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오히려 노조의 입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총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할 계획이다.

김문호 위원장은 "CD담합 등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노조가 얘기해 온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 강화 주장이 정당하다는 의미"라며 "은행과 노조를 동일시하면 안된다. 금융자본이 탐욕자본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는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총파업이 은행권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런 것도 감수해야 노조가 정당한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잘못된 일들이 벌어지는 데 노조가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으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종사자들의 입장은 조금씩 엇갈렸다. 비록 금융노조 총파업이 91%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지만 현재 시기적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총파업이 실시되면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보일 우려가 있다"면서 "총파업을 결의한 마당에 되돌릴 수는 없지만 마뜩찮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총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은행권에 발생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총파업을 통해 은행의 공공성 및 사회적 책임 강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때라고 해서 총파업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은행이나 노조나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며 "시기적으로 부담은 있지만 총파업을 실시해 은행과 노조가 차별된다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고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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