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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맛집]숙성 한번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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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맛집]숙성 한번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 문화부 차장
  • 승인 2012.07.2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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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맛있는 집’

 

스테이크와 칵테일의 만남.

어차히 둘 다 구미 문화이다 보니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왠지 낯선 조합이다. 스테이크하면 당연히 와인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발한 조합으로 인기몰이 중인 스테이크 하우스가 있다. 서울 삼성동 158-10번지 도심공항터미널 건너편 유진 마젤란 아스테리움 지하 1층에 터를 잡은 ‘붓처스 컷’(02-552-6647)이다. 정육점 주인이 자기 먹으려고 잘라둔 고기 부위를 뜻하는 간판명이다. 그만큼 고기가 맛있다는 자신감이 깃든 상호다.

건물 안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가도 되지만 건물 앞쪽에 마련된 독립된 출입구를 통해 내려가 봤다.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바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왁자지껄 흥겨운 분위기가 다른 고급 레스토랑과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어, 잘못 들어온 건가?’ 싶을 정도였다.

다소 생소한 분위기에 놀라면서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전형적인 고급 레스토랑의 우아하면서 격조 높은 느낌을 풍기는 널따란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한 가게 안에 두 공간이 상존하는 셈이다.

신기한 것은 바깥쪽, 그러니까 바를 중심으로 한 시끌시끌한 공간에서도 스테이크를 비롯한 식사를 하는 손님이 꽤 많다는 점이다. 대략 살펴보니 바깥쪽에는 20, 30대 중반의 젊은층이나 연인들이 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안쪽에는 30대 중반 이상 연령대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팀들로 가득했다. 좀 더 조용한 자리를 원하는 단체손님들을 위해 룸 3개가 마련돼 있다.

바깥쪽의 흥겨움에 마음이 끌렸지만 음식에 집중하고 싶어 안쪽에 앉았다. 이 집에서 스테이크 말고 꼭 먹어야 할 메뉴로 손꼽히는 ‘클래식 콥샐러드’(1만8000원)와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200g 4만2000원, 300g 6만2000원)를 시켰다.

클래식 콥샐러드가 나왔다. 양배추, 방울토마토, 올리브, 삶은 달걀, 아보카도, 닭가슴살, 베이컨, 옥수수, 치즈 등 맛좋고 몸에 좋은 식재료들로 접시가 가득하다. 섞다가 밖으로 흘러넘칠까봐 불안할 정도로 풍성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지만 그러다 자칫 샐러드로 배를 채울 것 같아 아쉽지만 포크를 놓았다.

뒤이어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우 고기 중에서도 특히 귀한 부위인 채끝 등심으로 만든다. 그런데 스테이크에 핑크 소 모양 장식물이 꽂혀 나왔다. 정말 살짝 구운 ‘미디엄 레어’임을 표시한 것이다. 손님들마다 제각각인 ‘스테이크 굽기 정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색깔이 각기 다른 소 모양의 장식물을 스테이크에 꽂아 내온다. 사실상 날것인 ‘레어’는 레드, 굽다가 만 ‘미디엄 웰던’은 옐로, 바짝 구운 ‘웰던’은 브라운이다.

스테이크 접시 한쪽에 직원이 씨겨자 소스 등 소스 3가지를 조금씩 덜어놓아 주며 친절하게 종류와 맛을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스를 찍어 먹기보다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는 편이라 그 직원에게 미안하지만 과감히 패스했다. 두툼한 스테이크를 쓱싹쓱싹 나이프로 자르니 핏빛이 살짝 어린 육즙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 집은 드라이 에이징(Dry Aging)으로 유명하다. 립아이 스테이크를 위한 꽃등심이나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에 쓰이는 채끝 등심을 숙성시킬 때 여느 레스토랑처럼 웨트 에이징(Wet Aging)을 한 뒤 거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고기의 핏물을 제거하고 건조한 상태로 숙성시키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데 이것이 바로 드라이 에이징이다. 이를 통해 스테이크의 육질을 극대화한다.

겉은 말라도 속은 여전히 촉촉하게 숙성되는 드라이 에이징의 진수를 즐기기에는 역시 미디엄 레어였다. 돼지고기는 바짝 구워먹어야 하지만 소고기는 날것으로 먹어도 된다는 것이 정말이지 행운이다.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립아이 스테이크’(200g 3만9000원, 300g 5만6000원)도 드라이 에이징을 거친 덕에 스테이크의 본고장 미국이 자랑하는 육우 ‘블랙 앵거스’의 뛰어난 육질이 더욱 감칠맛을 자랑할 수 있다.

스테이크와 함께 와인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할 수 있으니 바에서 믹솔로지스트가 만들어내는 25가지 칵테일(1만~1만8000원)이나 몰트 위스키, 럼, 진, 보드카, 테킬라 등 40여 가지 주류 잔술(8000~3만원대)을 골라보자.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의외의 마리아주를 즐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모든 메뉴에 부가세 10%가 추가된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자정까지 문을 연다. 단, 스테이크는 오후 10시, 기타 안주류는 오후 11시까지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

     붓처스 컷,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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