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은 최선의 선택'언급에 정치권 연일 집중 공격
이전보다 발언수위 낮아졌지만 야당 등 공세는 커져
새누리당 대선 유력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5·16 발언'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야당 지도부와 대권 주자들의 비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과 일부 의원들까지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공세에 가세해 연일 십자 포화(十字砲火)를 터트리고 있어 5·16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음이 착잡함을 넘어 참으로 참담하기까지 하다"며 박 위원장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문 고문은 "헌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가 '역사의 차선'으로 둔갑돼 버렸다"며 "국민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진실과 너무나 비껴서 있는 비상식적 역사관이 불러올 미래의 암담함에 심히 걱정을 넘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고 적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그는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나와 있다"면서 "이런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에게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맡기는 것이 맞는 지 회의가 들 정도"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손학규 후보 역시 이날 박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래서 정말 불쌍하다는 거다. 아직도 홀로 유신시대를 살고 있다"고 비꼬았다.
정세균 후보 측은 "구시대적이고 몰지각한 역사인식의 극치"라며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을 지닌 후보가 대한민국 21세기를 이끌어갈 후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등 민주통합당 대권 주자들은 16일에도 박 전 위원장의 '(박정희 전 대통령)아버지가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는 발언을 놓고, "역사 인식과 헌법 부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맹비난 했다.
야당 대선주자 등의 비판 공세속에 여당 내 대선 후보들과 쇄신파 의원까지 비판 대열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 헌법에서 대통령을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선거로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불가피하더라도 탱크를 갖고 한강을 넘어 정부를 접수하는 것을 우리는 쿠데타라고 한다"고 공격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쿠데타는 아무리 수식어를 붙여도 쿠데타"라며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여러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역사에서 이건 왕위찬탈이다"고 가세했다.
당내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 역시 "(박 위원장의 발언은)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역사논쟁이 핵심쟁점이 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핵심쟁점은 아니겠지만 중도적인 유권자들에게 조금 영향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박 전 위원장의 5·16에 대한 인식과 발언에 대한 논란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발언 논란이 이번 만은 아니다. 2007년 박 전 위원장이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설 당시에도 이같은 논란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박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비판이 쏟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여야 가릴 것 없이 집중 공격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2007년 7월 대선 도전 때 "구국(救國)의 혁명이었다.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기아에 허덕였으며, 자칫 북한에 흡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해 비판을 초래했다. 이에 비하면 "아버지가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며, 저와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있으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한 발 물러선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때와는 달리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시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언급을 덧붙이며 아버지의 과거와 어느 정도 선을 긋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박 전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야당과 당내 대선 경쟁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공격의 수위는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세졌다.
민주당 등 야권은 박 위원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그렇다면 전두환의 12·12 쿠데타도 좋은 선택이고 바른 판단이었냐"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재 박 위원장이 대선 경쟁력에 있어서, 2007년 후보 시절과는 다르게 여야 후보들을 막론하고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불안감도 한 몫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위원장은 또 2007년 당시 유신체제에 대해 "당시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한 것과도 비교해 보면, 전날에는 "피해와 고통을 겪으신 가족들께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이고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해 맥락은 같지만 강도면에서는 다소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당시 "강제 헌납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자료를 장학회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공익재단이라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전날에는 "공익법인으로 환원됐고, 제가 이사장도 아닌데 제게 해결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문제가 있었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해결됐을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