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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포스코 임원들, 현대·기아차 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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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포스코 임원들, 현대·기아차 안탄다
  • 김훈기 기자
  • 승인 2012.07.1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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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용 승용차서 현대·기아차 배제키로
車 강판 공급량 줄자 사실상 결별 수순

포스코가 임원들이 타는 승용차량에서 현대·기아차를 완전히 배제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강판 물량을 늘리자 수십 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포스코가 사실상 현대차그룹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포스코 고위 임원은 17일 "임원들이 타는 차종에서 현대·기아차를 제외했다"며 "현대차그룹이 우리 대신 현대제철을 통해 자동차용 강판을 대량으로 공급받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더 이상 (포스코가) 을의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제철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을 대량으로 공급받고 있어 포스코의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만큼 알아서 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포스코가 현대차그룹에 서운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포스코가 강수를 둔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일관제철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철강부터 자동차까지 일관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현대제철이 열연강판을 생산하면 현대하이스코가 녹을 방지하는 아연을 입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이 그룹 내에서 해결되기 때문에 포스코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한 자동차 강판은 국내 250만t과 해외 81만t 등 모두 331만t에 달한다.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 국내외 철강사들을 제치고 현대제철이 공급량 1위에 오른 것이다.

자동차 1대에 1t 가량의 철강재가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철강재로 현대·기아차는 무려 330만대 가량을 만든 셈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기아차 K9은 물론 현대차 제네시스, 엑센트와 기아차 쏘울, K5 등에 현대제철이 생산한 고강도 강판이 고루 사용되고 있다.

업계에서 현대차그룹이 자회사인 현대제철과 자동차용 강판 개발에 나서며 포스코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용 강판 기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포스코를 내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몇 해 전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하기 위해 현대차에 공동연구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결국 포스코는 현대차가 생산한 자동차를 일일이 해체해 연구 자료로 활용하는 고육책을 써야 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현대차그룹과 합동연구를 통해 자동차용 강종 개발에 나섰다. 이미 대부분의 강종을 개발했고 초고장력강까지 완료한 상태로 알려졌다. 올해까지 자동차용 강판 225종을 모두 개발할 예정이다.

공급량도 확대한다. 현대제철은 2013년 3고로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에 자동차용 강판 공급량을 전체 물량의 4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30%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초만 해도 포스코와 현대차의 관계가 지금처럼 서먹하지는 않았다. 포스코가 지난 2월 초고강도 자동차용 강판 개발에 성공해 현대·기아차의 신차에 공급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비슷한 성능을 갖춘 초고강도 제품을 같은 시기에 개발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당시 포스코의 강판이 기아차 K9 등에 공급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현대차는 결국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개발한 강판을 쓰고 있다.

갈수록 기술격차가 줄어드는 점도 두 그룹의 오랜 협력 관계에 깊은 내상을 입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포스코에서 강판을 공급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현대차의 눈치를 살피던 포스코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포스코가 현대차에 공급하는 자동차용 강판 물량은 2010년 150만t 규모였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강판 공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줄어 현재는 100만t 안쪽으로 전해졌다. 수익이 높은 자동차용 강판에 집중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현대차의 배신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고로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임원들이 현대차를 안타는 것은 상징적 조치지만 내부적으로는 현대차에 굉장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두 그룹이 다툼을 벌이는 것은 산업계로서는 손실일 수 있는 만큼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좋은 방향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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