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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제조사 거센 도전…위기의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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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제조사 거센 도전…위기의 이통사
  • 백영미 기자
  • 승인 2012.07.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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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아온 국내 이동통신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톡과 단말기 제조사가 음성과 데이터 등 이통사의 주 수익원을 파고 드는데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해마다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통신비 인하 압박 주문으로 연일 이통사들을 쥐어짜고 있어 시장상황은 녹록치 않다. 또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이통시장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망 고도화와 확충을 위한 투자비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이동통신산업의 현주소와 위기극복을 위한 이통사들의 생존전략을 3편으로 나눠 소개한다./편집자 주

음성과 데이터 통신 무료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통사들은 우선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엔진이 멈췄다. 올 1분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KT의 경우 유선분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무선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콘텐츠 업체 카카오와 애플,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이통사의 수입을 갉아먹으면서 이통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혈안이다.

이통사는 카카오톡 돌풍이 불면서 단문문자메시지(SMS)매출이 급감했다.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던 이통3사의 SMS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카카오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보이스톡'의 출현으로 장기적으로는 음성통화 매출도 위협받고 있다. 음성통화 매출은 이통사 수익원 중 70% 가량을 차지한다. 이통사가 '보이스톡'이 나오자 강하게 반발했던 이유다.

컨설팅회사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이 최근 내놓은 'mVoIP와 이동통신요금 분석 자료'에 따르면 mVoIP를 전면 허용하면 3G 스마트폰 44요금제(월 4만4000원)가입자를 기준으로 1조8482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이통3사의 무선 매출액 22조3250억원의 8%에 해당한다. 단, 해당 요금제 가입자들이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를 모두 mVoIP 통화에 쓴다는 가정 하에서다.

KT와 SK텔레콤의 경우 mVoIP가 활성화될 경우 3G 스마트폰 정액제 요금제 가입자의 요금제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져 위협적이다. 우량고객인 고(高)ARPU고객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ARPU는 가입자당 평균매출액으로 이통사의 수익성 지표다.

3G 스마트폰 정액제 요금제의 경우 요금제가 높아질수록 제공되는 통화량이 많은데 mVoIP가 활성화되면 64요금제(월 6만4000원)가입자는 54요금제(월 5만4000원)로, 78요금제(월 7만8000원) 가입자는 64요금제로 요금제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KT와 SK텔레콤의 경우 mVoIP 제공 요금제를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돈 것도 이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이통3사의 가입자 수는 약 5300만명으로 이중 카카오톡 가입자(3500만명)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보이스톡에 익숙해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 음성수익을 잠식 당할까봐 큰 부담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TE 가입자 증가로 망고도화에 따른 투자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mVoIP가 확산되면 이통사의 음성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매출이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투자가 위축돼 통신서비스 품질 하락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설비투자비로 2010년 대비 19% 늘어난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투입키로 했다.

특히 이통사는 삼성전자의 챗온 등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가 확산될 경우 가입자 증가에 따른 유선네트워크 투자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용자는 휴대전화 이용시 무선으로 신호를 주고 받지만 가입자 사이를 이어주는 전국 기지국은 유선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가입자가 늘면 데이터 트래픽 수용을 위한 유선네트워크 구축비용이 들어간다"며 "해마다 유선네트워크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만 수 천억원이다. 여기에 컨트롤 서버 교체 등 망 관리·유지 보수인력까지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T의 경우 올해 1분기 유선망 투자에만 1493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유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인 853억원이 줄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유선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뤄지는데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면서 "초고속 인터넷 시장도 이미 포화에 이르러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인데 투자비와 유지보수비용(OPEX)만 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앞서 지난해 이통3사는 카카오톡 이용 증가에 따른 망 과부하 부담을 덜기 위해 푸시서버를 구축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보이스톡 출현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는 있으나 KT와 SK텔레콤에 비해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유플러스는 3G(3세대)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망을 쓰는 SKT, KT와 달리 2.5G(2.5세대)(CDMA2000 1x EV-DO)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유플러스가 보이스톡 출시를 계기로 mVoIP를 허용하면서 일부에서 제 살 깎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자사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요금제별로 일정량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 mVoIP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음성통화 대체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일부 가입자들이 음성통화량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TE 가입자 유치전에서 지속적으로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이통시장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는 LTE 올인전략을 펴면서 2위로 올라섰다. LTE 가입자 수가 270만 명을 넘어서며 350만 명을 돌파한 SK텔레콤의 뒤를 쫓고 있다.

이에 대해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모든 요금제에서 mVoIP를 허용하면서 기존의 음성통화 대체 필요성을 느끼는 34요금제(월 3만4000원), 42요금제(월 4만2000원)등 저렴한 요금제 가입자들이 기존의 음성 통화량을 줄이고 mVoIP사용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통신업계에서는 mVoIP가 음성통화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용자들의 보이스톡에 대한 기대치가 일반 전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통화품질은 이용자의 품질개선 요구와 망고도화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도 이통사를 압박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영상통화, 앱 장터, 모바일 메신저 등 데이터 서비스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애플은 무료 영상통화인 페이스타임을 기존 와이파이망 뿐 아니라 이동통신망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애플 단말기를 출시해온 KT와 SK텔레콤은 페이스타임도 기존 mVoIP처럼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인 54요금제(월 5만4000원))이상 가입자(LTE 52요금제(월 5만2000원))를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과부하와 그에 따른 투자비용 증대 등에 대한 우려에서다.

현재 데이터는 전체 트래픽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LTE 시대를 맞아 동영상 등 데이터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는 페이스타임이 이통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증 작업이 분주하다.

KT 고위 관계자는 "3G 영상 전화는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LTE 시대를 맞아 고객의 성향이 바뀔 수 있다"면서 "페이스타임이 활성화된다면 망에 과부하가 걸릴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페이스타임이 활성화되면 1~2년 뒤 통신업계가 어떠한 상황을 맞이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페이스타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 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에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탑재했다.

챗온은 다른 모바일 메신저와 달리 휴대전화 출고시 기본적으로 깔리는 프리로드 방식으로 탑재돼 이용자 확대에 유리하다. 특히 챗온 서버를 국내에 구축하고 챗온 API(응용 프로그램 개발환경)를 외부 개발자에게 공개한다. 챗온 확산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이통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의 캐시카우가 깨질까 우려된다"면서 "카카오톡 만큼 활성화되면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이통사의 수익구조가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통사의 미래가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이통사는 카카오와 제조사의 압박 속에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쏟고 있다. 하반기 이통3사는 손잡고 카카오톡의 대항마인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RCS(Rich Communication Suite)를 출시한다. 보이스톡에 맞서 LTE기반 음성 통화 서비스 VoLTE도 하반기 각각 선보인다.

장기적으로 데이터 위주의 요금제 개편도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트래픽 구조에 따라 데이터 요금 단가를 음성 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여 수익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데이터 트래픽은 전체 트래픽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의 수익 구조는 음성 수익 70%, 데이터 수익 30%로 이뤄져 있다. 데이터 통신 단가가 음성통화 요금보다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음성통화 요금은 초당 1.8원, 데이터 요금은 0.5킬로바이트(KB)당 0.025원이다.

증권가에서는 LTE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는 올해 연말 mVoIP가 이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LTE 요금제는 3G 요금제와 달리 요금제가 높아질수록 통화량이 아닌 데이터 제공이 많아진다"며 "LTE 가입자가 40~50%에 이르는 올해 연말부터 이통시장에 대한 mVoIP의 영향력은 줄기 시작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LTE를 쓰는 내년 중후반께 mVoIP확산에 대한 이통사의 고민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통사가 위기에 처해있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하면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콘텐츠 업체, 제조사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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