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이는 유로존 우려가 국내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하반기 국내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은 데다 가계부채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유로존과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가운데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0.25%포인트 내린 3.00%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연 3.00%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후 13개월 만에 금리를 변동한 것이다.
그리스 총선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로 유로존 우려는 한숨돌렸지만 스페인 국채금리가 7%대로 치솟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앞서 유럽과 중국이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리면서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국내 경제 전망도 흐리다. 당초 정부와 시장에선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들어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내렸다.
반면 그동안 한은이 고수해왔던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은 줄어든 상태다.
6월 중 소비자물가지는 4개월 연속 2%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고, 근원 물가도 1.8%에서 1.6%, 1.5%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1월 4.1%에서 3월 3.9%, 5월 3.7%, 6월 3.7%로 하락세가 멈춘 상태다.
금리를 내릴 경우 911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남아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급격하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동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도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길 바라는 것 같다"며 "금리 인하로 소비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 되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유동성 문제가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작고, 특히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많아서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이정범 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내려야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금리 인하는 늦은 감이 있다"며 "경기가 한은이 생각한 것 만큼 빨리 개선되지 않을 것 같은 데다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 정책을 쓴다고 해서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진 않을 것 같지만 이자 부담이 줄어 가계소비에 도움을 주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막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9월이나 10월쯤, 아니면 내년 상반기에 한번 더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