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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구속 목전에 둔 檢, VIP레임덕 '칼자루' 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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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구속 목전에 둔 檢, VIP레임덕 '칼자루' 쥐나?
  • 박준호 기자
  • 승인 2012.07.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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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여부가 10일 법원에서 최종 판가름 난다.

만약 이 전 의원이 구속된다면 우리나라 헌정 사상 유례없는 사상 초유의 일로 역사에 남게 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 중에 아들이 구속된 사례는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수감된 건 전례가 없었다. 노건평(70)씨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시절에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직 대통령의 '형님 구속'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검찰은 물론 정치권과 청와대 내부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검찰, 대통령 레임덕 '칼자루' 쥐나

검찰이 이 전 의원의 운명을 쥔 칼자루를 어떻게 휘두를지가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큰 산'으로 비유하며 소환을 앞두고 심적 부담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바 있다.

그런 검찰이 이 전 의원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를 결정할 시점이 다가오자 "바위가 나왔다. (이 전 의원 조사결과가 생각했던 것과)다를 건 없지만 바위라고 뚫으면 안 뚫리겠느냐"고 반문하며 사법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 심사는 법원이 판단할 몫으로 남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법의 심판을 받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충분히 압박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이 전 의원은 대통령도 어려워하는 친형이자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힌다. 이 전 의원을 늘 따라다녔던 상왕(上王), 영일대군, 만사형(兄)통, 권력위의 권력이란 수식어는 곧 그의 입지를 가늠케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재계를 떠나 정계에 입문한 뒤로 정치적 밑거름을 쌓게 해준 후원자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며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든 '형님'의 역할에 비춰볼 때, 이 전 의원의 구속은 본인에겐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연초부터 'BBK 가짜편지' 사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민간인 불법 사찰, 디도스 공격 등 굵직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어 'MB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王)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미 최측근이 잇따라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이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여기에 친형까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치소에 수감될 경우, 이 대통령에게는 악재에 악재가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임기 말 정권의 기강이 해이해질 무렵에 레임덕(lame duck) 가속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자칫 형님의 비리로 인해 동생이 '식물 대통령'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선자금 '계륵' 되나

검찰이 이 전 의원을 사법처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의혹에서 이 전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잡은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5억여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와 코오롱그룹 측에서 1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등 총 7억여원을 받은 의혹이 짙다.

합수단은 이미 미래저축은행의 김 회장이 '김덕룡(71·전 대통령실 국민통합특별보좌관) 전 의원의 소개로 이 전 의원을 만나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솔로몬저축은행의 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건넨 3억여원이 다시 권오을(55)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전 의원과 권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 후보 캠프에서 선거에 적극 관여한 핵심 인사다.

검찰 주변에서 이 전 의원이 받은 뇌물의 상당액을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의 대선자금에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주어진 상황이다. 당시 돈 건넨 시점과 캠프 인사들의 행적 등을 따져볼 때 대선자금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의심할만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이 전 의원을 구속수사할 경우, 향후 '수위'를 어디까지 한정할 것 인가다.

대선 정국을 목전에 둔 시점에 현직 대통령과 연관된 대선자금에 칼을 들이대는 결정은 쉽지 않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대통령의 남은 기간 국정운영 차질이나 레임덕, 정치권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적인 대선자금을 수사목록에 올려놓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5년 전에 발생한 사건의 공소시효(5년)가 올해 말인 만큼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깊이 있는 수사를 진행하기란 어렵다는 시각이다.

반면 검찰이 대선자금 의혹을 덮어버린다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등 정권 실세나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은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의 대선자금 전용 의혹에 검찰이 눈감아버리면 매번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마다 정권 눈치만 본 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가열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의식한 듯 수사팀도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은 일단 열어두고 있다. 검찰이 "이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자금 수사 여부와 관련해 검찰의 입장도 한 주 사이에 약간 바뀌었다. 종전에 수사의 본류는 대선자금이 아닌 저축은행 비리의혹이라는 입장이 좀 더 누그러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이 대선자금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그렇게 쓰는 것 아닌가"라며 부인했다.

구속을 하루 앞둔 전날에는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 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선자금으로 쓰여졌다면 확인해야지 않겠나. 증거가 있고 단서가 있다면 확인하겠다"면서 "단서와 증거가 나오면 수사하는 게 당연하다. 나온 걸 덮고 묻어두고 그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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