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우리금융지주 지분(56.97%) 매각 방안으로 '우리-KB-산은'이라는 '삼각 빅딜' 시나리오가 급부상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KB금융이 관심을 표명한 데 이어 중복 지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산은금융지주가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과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산업은행은 중복되는 우리은행 지점을 인수해 서로 '윈-윈'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삼각 빅딜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일괄 매각'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인수합병(M&A) 시에는 일정 기간 구조 변동을 할 수 없도록 '지분매각제한(락업)' 기간을 설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려운 걸림돌이다.
사실상 KB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더라도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삼각빅딜 아직은 소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30일 우리금융 지분 매각 원칙으로 최소 30%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하는 경영권 일괄 매각 방식을 제시했다. 회사나 지분을 쪼개서 팔 경우 매각 절차가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금융을 일괄 매각한다는 입장인데 매각 과정에서 일부를 떼내서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합병 과정도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데 실무적으로 복잡하고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리금융이 KB금융과 합병을 하더라도 절차상 일정 기간 자회사나 핵심 자산을 변동할 수 없도록 하는 락업 기간이 있다"며 "최소한 12개월이든, 24개월이든 구조조정을 못하게 한 상태에서 인수든, 합병이든 정부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된 뒤에 산업은행에 지점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삼각빅딜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 것은 합병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진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월 말을 기준으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지점 수는 각각 1170개, 960개로 두 개를 합하면 2130개다. 직원 수는 각각 2만1627명, 1만5304명으로 3만6931명에 달한다. 우리금융은 총자산은 319조, KB금융은 285조로 두 개를 합하면 604조에 육박한다.
이 과정에서 만약 산업은행이 KB국민은행과 중복되는 지점을 인수한다면 숙원사업인 소매금융 점포망을 확대를 꾀할 수 있다. KB금융 입장에서도 구조조정을 피하면서 우리은행의 기업금융부문과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산은지주 고위 관계자는 "현재 나도는 시나리오는 KB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있는데 전제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집도 사지 않았는데 어떻게 전세부터 내놓느냐"고 일축했다.
◇ KB금융은 장고중
한 달가량 남은 우리금융 인수전에는 KB금융을 비롯해 사모펀드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쪽에서는 지난해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 KB금융은 우리금융 합병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박병권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의향을 내비친 것이 전부다.
당시 KB금융은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우리금융 합병 추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민 행장은 노조에 의견을 물어본 수준이지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ING생명이나 저축은행 인수 등 현안에 대해 속시원하게 입장을 밝혀왔던 어윤대 KB금융회장 역시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정중동' 행보다. 금융권에선 사실상 우리금융과 합병 검토를 위한 장고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 회장이 결단을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과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합병을 위해서는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난항이 예상되며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이 KB금융 주주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합병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이 기존 KB금융 ROA보다 낮아지고 레버리지 확대 효과도 미미해 자기자산이익률(ROE) 개선폭이 높지 않다는 점 ▲시장지배력은 확대되지만 과잉 인력, 과잉점포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자산포트폴리오에서 경기 민감도가 커져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한편 우리은행지부는 '우리금융 졸속 민영화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중심으로 KB금융과 공동 투쟁을 전개키로 했다. 메가뱅크 출범에 반대하고 있는 금융노조 역시 30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별중앙교섭 결렬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당국은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정권 말 졸속적 우리금융 민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은행에 대한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와 경남은행 및 광주은행에 대한 분리 매각을 통한 독자생존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목소리도 변수다. 현재 여당은 당론을 정하진 못했지만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다음 정부 내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금융노조와 함께 정권 말 우리금융 민영화 반대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에 대한 매각 방식은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해 매각 방식을 재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