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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 춤바람 '여섯주동안 여섯번의 댄스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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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 춤바람 '여섯주동안 여섯번의 댄스레슨'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2.06.2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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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빼바지만 입던 엄마가 몸빼를 벗어던지고 여섯가지 춤을 추는 용기가 가상하지 않아요? 호호호."

연극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에서 춤을 배우며 자신을 찾아가는 '릴리'역을 맡은 탤런트 고두심(61)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댄스가 운동이더라고요. 다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허리가 곧추서지고…. 지병이 있는데 고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활력과 자신감도 생겼어요. 여성스런 모습을 되찾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까르르르."

연극은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중년 여인이 방문교습 댄스강사로부터 6주 동안 6가지 댄스를 배우면서 자아와 희망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나이에 대한 편견과 약자를 무시하는 사회의 강경한 태도에 반기를 드는 작품으로 춤뿐만 아니라 음악, 코미디가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200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초연됐고,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12개국 언어로 번역돼 20개국 50개 이상의 프로덕션에서 공연했다.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릴리는 목사의 아내이자 정년퇴임한 전직 교사다. 날씬한 몸매와 단정한 외모로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이다. "최근 '내일이 오면'에서 정장을 입기는 했지만 주로 몸빼 입고 장바닥에서 구르는 그런 엄마 캐릭터만 맡다가 외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됐어요. 여배우로서 도전을 해볼만 했어요. 3년 전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았는데 더 늦기 전에 도전하고 싶어 큰마음을 먹었죠."

고두심은 중·고등학교 6년 간 고전무용을 배웠다. "지금까지 (춤에 대한) 불씨를 꺼트리지 못한 것 같다"는 마음이다. 지난해부터 춤 연습에 주력한 고두심은 원캐스트로 나선다. 이번 연극을 통해 스윙, 탱고, 비엔나왈츠, 폭스트로트, 차차차, 컨템포러리 댄스 등 6가지 춤을 선보인다.

스윙과 탱고 추는 것이 즐겁고 폭스트로트가 어려웠다는 고두심은 "춤을 추다 보니 허리가 살짝 들어가는 등 야위어가고 있다"며 웃었다. "주변에서 뒷모습 보며 (아가씨 같다고) 놀리고. 호호호. 많은 분들이 현준(상대배우)과 연애하느라고 예뻐졌다고 해요. 호호호."

연극은 2007년 '친정엄마' 이후 5년 만이다. "드라마를 꾸준히 하면서도 항상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 배우생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죠."

극중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교양 있게 살아온 릴리는 정작 자신이 자기 안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6주 동안 춤을 통해 '나'를 찾는다. 고두심 역시 "엄마나 아내이기 전에 여자였던 시절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 고개를 든다"고 눈을 빛냈다.

1972년 MBC 탤런트로 데뷔한 고두심은 올해로 데뷔 40주년이다. 그간 드라마 '전원일기' '꽃보다 아름다워' '내일이 오면', 영화 '인어공주' '엄마' 등에서 주로 '엄마' 캐릭터를 맡아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어머니 역이 편하고 행복해요. 하지만 국내 시장이 크지 않아서 배우들의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은 아쉽지요."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춤 연습에도 북한산 산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고두심은 "춤이 참 내게 기쁨을 주더라. 이제 오전부터 연습할 것"이라며 "보약을 먹든지 체력을 보강해서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또 웃었다.

뮤지컬 댄서에서 댄스 레슨 강사로 전락한 게이 '마이클'로는 뮤지컬 '모비딕'으로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은 지현준(34)이 낙점됐다. 상대역 고두심에 대해 "처음에는 나이 차이가 많은 선생님이라 부담이 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죄송한 말씀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럽다.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파트너라는 느낌에 가깝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을 연습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TV를 누워서 보는 어머니 뒷모습의 굴곡이 슬프게 느껴졌다"며 "세상의 어머니들이 여자라는 이름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뮤지컬 '헤드윅' '쓰릴미', 영화 '페이스메이커' 등의 연출자 김달중(35)씨가 연출을 맡았다. "중심에 섰다가 밀려난 여인과 중심에 서지 못하는 청년,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 댄스 교습을 통해 다투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라며 "거창하지만 마지막에는 평화를 찾게 된다"고 소개했다.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은 7월24일부터 9월2일가지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5만~7만원. CJ E&M 공연사업부문. 1588-0688

     스윙댄스 도전한 배우 고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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