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복무 중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진기는 유연석(28)에게 새로운 취미가 됐다. 최근 장만한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 7대나 모았다.
"생애 첫 디지털 카메라"라는 유연석은 최근까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현장을 추억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 촬영 때도 수지(18)와 함께 사진을 찍어 한 장씩 나눠가졌다.
"수지가 사진에 뿔을 그려주고 예쁘게 꾸며줬어요. 대본 사이에 껴놓고 간직하다가 SNS를 통해 공개한 뒤 욕만 늘었네요"라며 웃었다. "'납뜩이' 조정석 형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데 저는 영화가 잘될수록 눈총만 느껴졌어요. 욕설이 담긴 댓글이 많아지고…. 하지만 영화 잘봤다는 표현이니 기분은 좋네요"라고 수용했다.
유연석은 '건축학개론'에서 강남선배 '재욱'을 연기했다.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사랑을 어긋나게 만드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사랑의 방해꾼'으로 만인의 미움을 산 유연석은 TV드라마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SBS TV '맛있는 인생'에서 한 여자 '승주'(윤정희)만을 바라보는 순정남 '재혁'을 연기한다.
"한 여자만을 바라보다가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유연석은 '재혁'에게 공감했다. "군대 가기 전에 2년 정도 만난 친구가 있다. 성남 살던 친구라 공군을 지원해 성남 비행장으로 가기로 약속했다. 훈련소에서 동료들끼리 '가장 빨리 편지 받기' 내기를 했는데 내가 제일 늦게 오고, 내용도 헤어지자였다. 훈련소에서 매일같이 울면서 보냈다"는 것이다.
"군대에 있을 때 너무 힘들었지만 전화도 할 수 없었다. 군대 식판만 봐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때 종교도 갖게 됐다. 성당에서 울고 있는데 수녀님이 힘드냐면서 교무실에서 통화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때 헤어진 여자 친구와 통화하며 서로 울면서 미안해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운명처럼 이별을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인연이 있다고 믿게 됐다."
"제대하고 나니까 제 눈이 많이 깊어졌대요. 그만큼 많이 울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제 눈이 우물인 줄 알았어요"라고 웃는 유연석은 "그 때의 감정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영화 '혜화, 동'을 찍을 때 무릎 꿇고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정이 와 닿았다"고 전했다.
가슴 아픈 사랑을 한 차례 경험한 유연석은 '재혁'처럼 사랑 없이 결혼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가로 젓는다. "나는 사랑 받아야 한다. 내가 좋아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나랑 통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쪽도 나를 좋아해야 행복할 것 같다. 내가 '재혁'이었으면 '승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다. 아버지가 병원장에다 못생긴 것도 아니고…. 대신 서로 사랑하는데 부모가 반대하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나이로 스물아홉, 현실의 유연석은 어떤 결혼관을 가지고 있을까.
"예전에는 대학가자마자 처음 만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빨리 결혼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일찍 아이를 가져서 내 아이들과 오래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평균 연령 100세면 아직은 제 시간을 더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