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0일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최종 거부한 것을 두고 진실공방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낸 '당 혁신위원장 관련 입장' 자료에서 "어제 문재인 대표와 저는 당 혁신의 당위성에 공감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혁신위원장과 관련된 사항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위원장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발표를 유보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이 있었다"며 "그러나 불필요한 억측을 피하기 위해 문 대표의 양해를 구하고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의사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지난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당시 이상돈 교수 영입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진실공방이 또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 대표가 이날 오전 10시10분 소집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는 실제로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맡는다는 전제로 혁신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는 문제에 대해 법리검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도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고사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안 의원의 입장발표 사실이 알려지자 사실을 재차 확인하며 격분했다.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거절한다는 것을 문 대표가 정말 몰랐거나, 혹은 알고서도 최고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안 의원의 입장이 발표된 뒤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문 대표가 아직 보고를 못 받아서 안 의원이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상황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며 최고위 소집 사실을 알렸다.
문 대표는 이후 서울 시내 식당에서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안 의원과의 회동에서 이 같은 의사를 들었는지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최고위원들의 뜻을 모아서 부탁을 드렸던 것인데 좀 아쉽다"며 "다시 최고위원들 함께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끝내 거절함에 따라 조국 교수가 유력한 위원장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안 의원에게 위원장을 제안키로 의견을 모았던 최고위 자리에서도 조 교수의 이름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이날 자료에서 "(문 대표에게) 혁신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