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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묘지에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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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묘지에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 배동민 기자
  • 승인 2014.05.16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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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신학과 학생들 묘역 앞에서 제창

"오월은 다시 왔는데 우리의 시간은 멈춰 있는 것만 같습니다"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굳은 표정으로 뜨거운 함성을 내지른 주인공은 경기도 오산시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 30여 명.

매년 5월 5·18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묘지를 찾고 있는 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신학과 회장 최고권(22)씨는 "2009년부터 행진곡 제창이 금지된 것은 국가폭력의 전형"이라며 "구조적인 폭력에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매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열사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한 학생이 열사들을 소개하자 모두가 숙연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이후 망월동 옛 묘역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학과 선배 류동운 열사의 묘지 앞에 섰다. 1학년 대표 조정석(20)씨는 선배에게 전하는 편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했다.

조씨는 "이 나라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병든 나라에서 가만히 있었기에 부끄럽다. 이 시간을 통해 선배들의 진실을 위한 외침을 기억하고 힘차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조씨의 편지에 몇몇 학생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학생들은 무자비한 학살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열사들의 처절한 몸부림과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특히 5·18민중항쟁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다양한 생각은 좋지만 5·18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5·18에 대한 올바른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5·18을 편 가르기의 장으로 악용했던 것이 병든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오월 정신이 우리 삶에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면 최근의 세월호 참사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무능력도 비판했다. 지난 15일 오후 한신대 신학과 민중신학회 학생들은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자신들의 선·후배들이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며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을 결의한 것에 대해 이들은 "정부가 '구하지 못한 것인지, 구하지 않은 것인지'라는 물음에 대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희생자 가족의 청와대 행진을 막는 행태는 대통령이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 하는 것이라 본다"며 "미래의 목회자로서 사명감을 걸고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싸워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18행사위원회는 정부와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제창과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기념식 불참은 별도의 기념식도 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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