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유 전 회장 장남 대균(44)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의 정보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자택 강제 진입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오히려 검찰의 정보력 부재를 드러냈고 속도를 내던 수사만 차질을 빚게 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동 대균씨 자택을 방문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오후 6시15분께 강제로 문을 열고 자택 안으로 진입했다.
검찰은 1시간30분 가량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대균씨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전날 검찰 간부는 유 전 회장의 거처로 알려진 경기 안성의 금수원을 전격 방문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주임 검사가 소환 대상자를 직접 찾아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간부는 유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수사 일정 조율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금수원 관계자들이 막으면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다음날 곧바로 강행된 자택 강제 진입에도 불구하고 대균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유병언 일가의 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별도의 수사팀까지 꾸린 뒤 강력한 수사 의지를 피력한 검찰 입장에서는 대균씨의 신병 확보 실패가 당혹스러울 밖에 없다.
또 유 전 회장 측근들을 잇달아 구속시키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순항하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대균씨 체포 작전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검찰은 정보력 부재가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소환 조사에 불응하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유 전 회장 자녀들의 소재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있는 유 회장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8)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국내에 있는 대균씨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탓에 검찰 수사가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체포 작전 실패는 수사 초기부터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수사를 속도를 내던 검찰 내부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체포 작전에 실패한 검찰은 자택에서 유 전 회장 일가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서류와 체포영장 집행에 필요한 자료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유 전 회장 자녀들이 사실상 잠적함에 따라 결국 유 전 회장을 16일 우선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대균씨 신병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유 전 회장 일가를 언제 체포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