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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대표들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 위헌 우려…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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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대표들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 위헌 우려…신중해야"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12.0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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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회의, 사법연수원서 6시간 회의…입장 표명
"비상계엄 관련 재판 중요성과 관심·우려 엄중 인식"
회의 도중 현장에서 안건 발의돼 재석 63.3%가 동의
재판소원 등 상고심 개선책 두고 "사실심 강화 병행"
대법관 증원 두고는 "추천위 다양성·투명성 높여야"
▲ 김예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시작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예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시작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법관 대표들이 여권 주도로 추진되는 12·3 비상계엄 및 내란 관련 전담재판부 설치법안 및 법왜곡죄 신설법안(형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신중한 논의를 촉구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오전 10시8분부터 오후 3시55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올해 하반기 정기회의를 열어 이같이 논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관 대표들은 해당 입장과 함께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는 입장을 병기해 의결했다.

해당 법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당초 이날 회의 안건이 아니었으나, 참석한 법관 대표가 현장에서 발의해 입장 표명 여부 및 입장의 내용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내규상 법관 대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어 상정을 요구한 안건은 추가로 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수 있다. 발의된 모든 안건은 출석한 법관 대표 구성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의결 가능하다.

먼저 두 법안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는 재석 79명 중 67명(84.8%)이 동의했고 반대는 10명(12.7%)였다.

이어 법관 대표들은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하여 엄중히 인식한다"면서 "다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키로 했다.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서 회의에 참석한 법관 대표 79명 중 63.3%에 해당하는 50명이 찬성했다.

다른 안건인 "위헌 소지가 있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재석 79명 중 27명(34.2%)이 동의하는 데 머물렀다.

법관 대표들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및 '법왜곡죄 신설법'을 두고 완곡한 반대 입장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표 중 다수는 보다 강경한 반대 내지는 우려만 표명하는 데 머무르기보다는 입법이 추진된 데 대해서는 공감도 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법안에 대한 논의가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법안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관 대표 중에서는 "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는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우려에 대한 의견 표명도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일부는 "관련 논의 시급성에 비춰 위헌성에 대한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거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회의 오전에 사법행정 담당자들의 안건 관련 설명이 있었다"며 "위헌성이 지적되는 부분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가 있었고 저희(법관 대표들)의 논의의 전제가 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 윤리감사총괄심의관, 인사총괄심의관, 사법지원총괄심의관 4명이 배석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 및 법왜곡죄 신설법안 등에 대한 진행 경위와 내용을 법관 대표들에게 설명했다.

이들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개편 ▲법관평가제도 개선 ▲하급심판결서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재판소원제도 도입 ▲사법행정 정상화(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 ▲전관예우 근절 ▲법관 징계 강화 및 감찰관 실질화 방안 ▲판사회의 실질화 등의 현안도 설명했다.

각 법원행정처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대표회의 측의 사전 설명 요청으로 배석했다. 회의에서는 대표들의 추가 질의응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대표들에게 공지한 안건 2개도 모두 가결됐다.

산하 재판제도 분과위원회가 지난 8월부터 연구 및 논의, 관련 토론회를 거쳐 발의한 입장은 재석 법관 89명 중 78명(87.6%)이 동의했다. 반대는 6명(4.8%)이었다.

법관 대표들은 '재판소원 도입' 등 상고심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와 실증적 논의를 거쳐 사실심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하고 사실심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대법관 구성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의 다양성과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의결했다.

이들은 "사법제도 개선은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 그
리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논의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명시해 표명했다.

또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논의를 이어감과 동시에 향후 충실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과 관련해서는 "성급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해당 안건을 표결할 때는 92명이 참여한 가운데 76명(82.6%)이 찬성했다. 반대한 법관은 13명(14.1%)에 머물렀다.

이를 통해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은 재판의 독립과 법관 신분 보장, 나아가 국민의 사법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 논의나 사회 여론에 따라 성급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충분한 연구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 법관들의 의견 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도 균형 있게 수렴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에 관한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모으는 기구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린 이날 회의는 법관 대표 126명 중 과반수가 넘는 84명(66.7%)이 참석해 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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