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원곡면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평택 브레인시티, 용인 남사 반도체 국가산단, 송탄취수장 폐쇄에 따른 상수원 규제 완화까지, 원곡을 둘러싼 개발 환경은 이미 과거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원곡은 더 이상 변두리가 아니라 평택·안성·용인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원곡 인구 5만 시대를 현실적인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무분별한 난개발은 교통 혼잡과 기반시설 부족, 정주환경 악화라는 부작용만 남긴다. 지금 원곡에 필요한 것은 선(先) 계획, 후(後) 개발의 원칙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가 바로 오산시의 복합도시 개발 전략이다. 오산은 세교지구와 오산역세권 개발을 통해 교통망을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주거·산업·상업 기능을 결합하는 계획도시 모델을 만들어 왔다. 무작정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설계하고 인프라를 선행한 도시 전략이다. 원곡 역시 이 길을 참고해야 한다.
그 핵심 수단이 바로 지제역–원곡 칠곡저수지–공도일반산업단지–공도터미널을 잇는 트램 구상이다. 트램은 도로 위를 달리는 저상 노면전차로, 전기로 운행하는 친환경 도시철도다. 지하철보다 건설비는 훨씬 낮으면서도 버스보다 수송능력과 정시성이 뛰어나고, 고령자와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래형 교통수단이다. 무가선(배터리) 방식 트램을 적용하면 도시 미관 훼손 없이 구축도 가능하다.
이 노선이 만들어지면 지제역의 SRT·수도권 전철과 원곡·공도가 직접 연결되고, 원곡·공도 산업단지 종사자들의 출퇴근 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동시에 칠곡저수지를 중심으로 관광·휴양 기능이 활성화되며, 산업·주거·관광이 결합된 복합 원곡이 현실이 된다.
물론 지금의 한 정책 대안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원곡면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준비 없는 개발은 위기가 되지만, 준비된 개발은 기회가 된다. 오산이 그랬듯, 원곡도 지금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원곡은 개발의 통로로만 소모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도시기본구상, 교통망, 토지이용계획을 함께 설계한다면, 원곡은 안성의 미래 30년을 책임질 핵심 성장 거점이 될 수 있다.
원곡 인구 5만 시대, 그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