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병원 모두 측정 안 이뤄져
영업점 대표, 음주 의혹 제기
노조·유족, 과로사 주장
제주 30대 쿠팡 새벽배송 기사 사망과 관련해, 경찰이 '음주측정을 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론 측정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사망한 제주 쿠팡 새벽배송 기사 A(30대)씨의 차량 사고 현장에서 음주운전 측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도 채혈검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사고 초기 언론사 사실확인 과정에서 '음주운전 채혈 측정을 했다'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 '결과는 15일 정도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출동 경찰이 속한 파출소장은 사고 현장과 병원에서 모두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가 위중한 상태였으며 응급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A씨가 재직했던 쿠팡 영업점 대표는 지난 15일 언론사를 상대로 보낸 메일에서 음주운전 은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표 B씨는 A씨와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동료 택배기사 등을부터 음주운전 의혹에 대한 복수의 공익 제보가 영업점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철저한 사고 원인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A씨의 장례식까지 마쳐 사망 원인 판단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사고 이후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택배노조, 유족 등은 A씨가 과로사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사고 전후 행적을 보면 그는 부친 장례를 치르기 전인 10월31일부터 닷새 연속 새벽 배송 업무를 했다. A씨의 주 평균노동시간은 69시간으로, 과로사 인정 기준 상 83.4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9시께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10분 거리에서 배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도 4시간을 더 배송한 뒤 5일 새벽 1시가 돼서야 장례식장으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장례식을 치를 때에도 빈소를 지키고 손님들을 맞이해야 했다.
A씨는 8일 하루를 쉬고 9일 오후 출근했다가 10일 오전 2시7분께 1t트럭을 몰던 중 전신주를 들이 받는 사고로 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