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의견서 482쪽…증거인멸 우려 강조
12·3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5시30분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조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금지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전날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2시4분까지 약 10분의 휴정을 거쳐 4시간가량 조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조 전 원장은 심사를 마친 뒤 '폐쇄회로(CC)TV 본인 부분은 왜 제공하지 않았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법정에서) 다 진술했다"고 답했다. 이밖에 '혐의를 부인했는지' 등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10분여간 직접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미대사도, 안보실장도, 국정원장도 했는데,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전 원장 측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조 운용 지시'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CCTV 영상 공개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선별적으로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의힘에서 달라고 한 것이 아닌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원장 측은 헌재와 국회에 위증을 했단 의혹과 관련해선 "단언적으로 얘기한 부분에 대해선 인정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장우성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 등 파견검사 6명이 심사에 참여해 482쪽의 의견서와 151장의 프레젠테이션 자료(PPT)를 준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홍 전 차장의 증언과 비화폰 원격 삭제 정황 등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국가 기밀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으로서 비상계엄 전후 상황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9시께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이 대통령 집무실을 나가면서 계엄 관련 문건으로 추정되는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접어 넣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국회에 국정원 CCTV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또한 홍 전 차장의 '체포조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지적한 것 역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계엄과 관련한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거짓 증언하거나, 국회에 허위로 답변, 서류를 제출한 혐의,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특검이 조 전 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 남은 내란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