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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관세·부동산 혼선…정책 신뢰 ‘흔들’ 불확실성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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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관세·부동산 혼선…정책 신뢰 ‘흔들’ 불확실성 수렁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11.0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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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EPU, 214.08…6개월 만에 상승 전환
부동산 과열에 3高 위기까지 겹쳐 불안↑
팩트시트 서명 지연…“불확실성 상방요인”
‘보유세’ 카드 두고 당정 온도차…시장 혼란
▲ 서울 중구 남산에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중구 남산에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불가측성을 반영하는 ‘경제불확실성지수’(EPU)가 6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미국의 대미 투자 ‘선불’ 압박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커졌고,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다.

특히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이 오락가락하며 시장 혼선을 키우는 가운데, 한미 관세협상 서명 지연 등 정책 불확실성 요인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경제 정책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0월 EPU는 전월(166.33)보다 28.7% 오른 214.0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EPU는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실시간 계량화한 지표다. 통상 정치적 혼란과 정책 불투명성, 대외 불확실성 등이 겹칠 때 수치가 높아진다.

지난해 12월 계엄사태 등으로  역대 최고치(472.29)를 찍었던 이 지수는 올해 4월까지 탄핵 정국과 미국 상호관세 유예 등이 이어지며 등락을 반복했고, 5월(267.78)부터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9월엔 166.33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10월(101.8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지난 6월 새정부 출범 이후 확장재정 정책으로 경기 회복의 물꼬를 튼 데다, 7월 말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訪美)로 지지부진하던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렀던 점이 불확실성 완화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9월 말부터 미국 측이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전액 현금·선불로 지급하라고 공세적으로 요구하면서, 순항하던 관세 협상은 거센 풍랑에 직면하게 됐다.

3500억 달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 외환보유액(4288억 달러)의 약 82%에 해당하는 규모였던 터라, 막대한 자금이 한꺼번에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에 외환시장은 출렁였다.

실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3일 장중 1440원을 넘어서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2%가까이 뛰었다.

정부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들었던 ‘한미 통화스와프’ 카드마저 교착상태에 빠지며,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 우려는 커져만 갔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틀을 마련했지만 당시 한국은 25%를 적용받고 있던지라, 수출 경쟁력 악화와 투자 위축 우려도 동시 부상했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서울권을 넘어 경기권까지 번지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흔들렸다.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초 대비 5.64% 상승했다. 송파구(14.93%), 서초구(11.66%), 강남구(11.50%), 용산구(7.82%), 마포구(8.99%)에 더해, 과천(12.03%)과 분당(9.70%) 등 경기 지역까지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 불안은 커졌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 파고’까지 겹치며 실물·정책 불확실성은 한층 심화됐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29일 경주 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측의 대미 투자 전액 현금·선불 요구를 막아내는 등 관세 협상에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은 다소간이나마 해소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서명이 지연되면서 정책 신뢰 회복 흐름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한미 통상·안보 협의 내용을 정리한 ‘조인트 팩트시트(JFS)’를 “이번 주 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미국 측의 추가 의견수렴 절차가 제기되면서 시점이 다음 주로 미뤄진 상태다.

양국 간 팩트시트 문안은 대부분 합의됐으나 트럼프 행정부 내 관계 부처 간 최종 조율 절차가 길어지면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다만 서명이 완료되기 전까지 투자·관세·안보 분야별 구체적 이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기업과 시장 모두 관망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신세돈 교수는 “정책 일정이 예측 가능해야 기업과 시장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지금처럼 주요 통상 현안이 미뤄질 경우 불확실성지수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며 “또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협상 막판까지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명 전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지금 서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은 불확실성 상방 요인”이라며 “미국 사법부가 관세 부과에 대해 법적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어 서명 이후에도 정책 불확실성은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7일 기준으로 원·달러는 전일대비 9.2원 오른 1456.9원에 마감하며,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심리 저항선인 1450원대를 돌파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 불안의 경계로 꼽히는 1460원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까지도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정부는 최근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당초 공약 기조와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2일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세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보유세가 낮은 건 분명한 사실이고, 부동산의 안정적 관리에서 세제가 빠질 수 없다”며 “취득·보유·양도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증세를 검토하는 것인지 묻자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한 정책은 세제와 공급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중과로 세 부담 급등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던 ‘역효과’를 의식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책 예측 불가능성’이 자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자산시장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고, 이는 결국 경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대외 변수와 내부 정책이 동시에 불안정할 때일수록 정부가 단기 처방보다 예측 가능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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