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실업률 하락폭 71%, 20대 쉬었음 청년 영향”
실업률은 역대 최저이지만,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업도 구직도 공부도 아닌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표면상 고용지표는 좋아 보이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퍽퍽하다.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멈췄다고 말한다. 구직 의지는 있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들이 늘면서 이런 구조가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8월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64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7만3000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201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쉬었음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 연령층에서 쉬고 있는 이유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한 비율이 3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3.3%포인트(p) 증가한 수치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다른 연령층에서 “몸이 좋지 않아서”라고 답한 비율이 높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 “일자리(일거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는 응답도 0.7%p 증가한 9.9%로 나타났고 “복학 준비나 휴학 등으로 쉬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10.9%에서 13.7%로 늘어났다.
이러한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휴식이 아니라, 일자리 미스매치의 결과로 풀이된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저임금·단기 일자리에 노출되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보류한 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라도, 청년의 구직 의지는 높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1년 이내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비중은 20.4%인데, 이 가운데 20대는 43.4%, 30대는 46.5%로 높은 비중이 당장 노동시장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쉬었음’ 청년의 증가가 실업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다. 즉, 구직활동을 포기하거나 멈추고 쉬고 있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실업률이 낮아진 주요 요인 중 약 71%가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 때문으로 나타났다. 20대 ‘쉬었음’ 청년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면서 실업률을 낮췄다는 것이다.
김지연 연구위원은 “20대 쉬었음 인구가 지금보다 완만히 늘었을 경우, 현재 실업률이 최대 0.7%p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직의향은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실업 통계 밖으로 빠지면서 고용호조에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쉬었음 청년은 단순한 비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 잠재적 구직자에 더 가깝다.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결국 우리 고용시장의 질적 문제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는 원인을 보다 심층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에 기인한다는 것은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양질의 정규직 취업 가능성에 회의적인 청년층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처럼 청년층의 구직 의욕을 약화시키는 경제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이미 축소되고 있는 인적자원의 활용도마저 감소할 수 있고, 사회통합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쉬었음’ 상태를 유지하는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