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안형준 사장이 기상캐스터 오요안나(1996~2024) 유족에게 사과했다.
안 사장은 15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먼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오요안나씨 명복을 빈다"며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기도 하다. MBC는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
안 사장은 "책임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번 오요안나씨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전 오요안나를 추모하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안 사장과 고인 어머니 장연미씨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장씨는 고인 명예사원증을 받고 눈물을 쏟았다. 안 사장은 장씨와 포옹하며 위로를 건넸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으나, 3개월 만에 부고가 알려졌다. 고인 휴대폰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는데, 동료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해자로 지목된 A를 상대로
5억1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고인 사망 4개월 만인 올해 1월 말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고용노동부는 5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인에 관한 "조직 내 괴롭힘이 있었다"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는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고용부는 가해자가 1명인지 다수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A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A와 계약을 해지했으며, 김가영을 비롯해 이현승, 최아리와는 재계약했다.
장씨는 지난달 8일부터 MBC 사옥 앞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 27일 만인 이달 5일 중단했다. MBC는 고인 1주기인 지난달 16일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 채용하기로 했다"며 "기존 기상캐스터 역할은 물론 취재, 출연, 콘텐츠 제작을 담당,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전달한다.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