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최초로 암 앞질러
경제적 부담·사회적 압박·정신적 고통 맞물려

출렁이는 인생 곡선에서 40대는 청춘의 여운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중년을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어깨에 진 현실의 무게가 꽤 무거워지는 연배이기도 합니다.
사회의 중추이자, 가정·직장의 기둥인 40대, 이들 중 지난해 세상을 떠난 4명 중 1명이 질병사, 사고사도 아닌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어떤 삶의 중량을 견뎌냈길래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통계를 통해 그 뒷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27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40대 국민 2817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살률로 보면 10만명당 36.2명 꼴입니다. 10만명당 극단선택을 한 사람들의 수를 '자살률'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71.7%(2019명)가 남자, 28.3%(798명)가 여자입니다. 남자가 여자의 2.5배에 달합니다.
40대 남성은 10만명 중 51.1명이, 40대 여성은 10만명 중 20.9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40대의 사망 원인 중 1위도 자살(26.0%)이었습니다. 이는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암(24.5%)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례적인 일입니다. 남녀를 쪼개서 보면 40대 여성의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암입니다.
40대 남성의 자살 증가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40대 남자의 자살률은 1년 전보다 18.8%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통계청은 40대 남성의 자살률이 특히 증가한 이유에 대해 채무, 실직 등 경제적 어려움, 이혼과 질병 등 정신적·신체적 상황들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찰청이 낸 변사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살 원인은 정신과적 문제(37.7%)였습니다. 다음이 경제생활 문제(25.9%), 육체적 질병 문제(16.3%), 가정문제(4.9%),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2.8%), 남녀문제(1.8%) 등 순이었습니다.
특히 40대는 경제적 문제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극대화되는 연령입니다. 가장 활발히 경제활동을 하지만 동시에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조기퇴직 압박을 받기 시작하고,
자영업·비정규직 종사자의 경우, 지난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부진의 여파로 인해 소득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다 높은 가계부채와 부모 부양비, 생활비, 교육비까지 겹치면서 과중한 경제적 부담은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사회적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인간관계 속 위축과 고립감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제적 부담, 사회적 압박, 정신적 고통이 맞물리면서 40대 자살률을 끌어올리는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정부가 자살로 내몰린 국민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예산과 인력 확충을 강조해왔습니다. 내년도 자살 예방 예산은 20% 가량 늘어난 708억원입니다.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범부처 국가자살예방대책을 내놓고 2034년까지 자살률 17명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40대의 위태로움에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