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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위험 지역 예측하는 '안심지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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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위험 지역 예측하는 '안심지도' 만든다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9.2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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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 주원인은 지하시설 노후화…지역 정보 반영 안심지도 제작
극한호우로 침수 피해 확대…3D 디지털트윈 활용 예측모형 구축
▲ 강재모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지반연구본부 연구위원이 24일 경기 고양 KICT 본원에서 열린 미디어아카데미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 방지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ICT 제공)
▲ 강재모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지반연구본부 연구위원이 24일 경기 고양 KICT 본원에서 열린 미디어아카데미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 방지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ICT 제공)

올해 서울 강동구, 경기 광명 신안산선 등에서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나타나며 사망자까지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지하시설이 노후화되고, 대규모 지하개발공사 등이 잦아지면서 땅꺼짐 사고도 점차 잦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은 땅꺼짐 위험 지역 감시 역량을 높이고, 땅꺼짐 위험 지역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안심지도'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KICT는 24일 경기 고양 KICT 본원에서 미디어아카데미를 열고 재난재해 대응을 위해 4대 우선 분야에 대해 소개했다. KICT는 지난 6월 재난·건설재해 안전 프로젝트팀(PT)를 출범하고 연구개발(R&D) 기반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KICT가 선정한 4대 분야는 땅꺼짐, 도시침수(홍수), 건설사고, 화재다. 현재 땅꺼짐과 도시침수 분야의 기술·정책 제안서는 제작이 완료됐고, 건설사고와 화재는 현재 제작이 진행 중이다.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 지하시설 노후화가 핵심 원인…'국민 안심지도' 제작 추진

'싱크홀'이라는 용어로 알려진 땅꺼짐 사고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석촌 지하차도 사고다. 이후 2020년대 들어서도 땅꺼짐 사고가 계속되며 올해 3월 서울 강동구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땅꺼짐으로 인해 사망하고, 4월에도 경기 광명 신안산선에서 붕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땅꺼짐 현상의 원인은 지하시설·공간 노후화가 약 60~7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이 노후화돼있지 않더라도 대규모 지하 개발공사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KICT는 지난 2018년부터 땅꺼짐 사고 조기 대응을 위한 건설안전데스크를 구축·운영해왔다. 실제로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약 10건의 땅꺼짐 사고 현장에 출동해 원인 파악 및 분석 등을 진행했다.

땅꺼짐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도 지속해왔다. 땅꺼짐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열수송관 정보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고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5800㎞ 길이의 열수송관 정보를 활용해 개발한 위험예측 분석 모델이 현재 국내 열수송관 60%가 활용하고 있다.

KICT는 디지털 지하정보 기반의 땅꺼짐 위험예측 및 가시화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주요 도시 등의 지역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인공지능(AI)이 지하시설 밀집 정도 등을 분석해 위험-주의-안전의 3단계로 지도에 구분해주는 형태다. 이렇게 만들어진 땅꺼짐 위험예측 지도는 사고 예방을 위해 관리자 등이 활용하게 된다.

KICT는 향후에도 땅꺼짐 사고 대응을 위한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가로등·표지판 등 시설물에 센서를 달아 광범위한 지역의 땅꺼짐 위험을 감지하고, 매일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 등에도 지하감시용 블랙박스 등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땅꺼짐 위험 정도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상변화, 굴착공사 위험 등까지 반영해 더 고도화한 '땅꺼짐 안심지도 서비스'도 개발한다. 땅꺼짐 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지하시설(하수도 등) 밀집도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지역을 구분한 지도를 만든다는 것. 이를 통해 땅꺼짐 위험도를 국민들에게도 더 빠르고 명확하게 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멀티모달 복합센싱 엣지 AI 분석 기반 이상징후 실시간 감시 ▲땅꺼짐 사고 발생 시 휴대전화 전파 감지를 활용한 매몰자 구조 위치 확인 ▲붕괴 시뮬레이션 및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안전한 공사 관리 기술 개발 등도 추진한다.

강재모 KICT 지반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땅꺼짐 사고는 발생 건수가 비교적 적지만 한 번 발생하면 사망자가 발생하기 매우 쉽다"며 "우리나라는 1970~1980년도에 지하시설을 집중 건설해서 수십여년이 지난 현재 노후화된 시설이 많다. 그만큼 땅꺼짐 사고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최소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더 꼼꼼하게 지하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한호우 늘어나며 도시침수 피해도 확대…AI·디지털트윈으로 예측 정확도 향상

KICT는 땅꺼짐 사고 뿐만 아니라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도심침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단시간 내 수십 ㎜ 이상의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 여름에도 지난 7월 광주광역시와 충남 지역, 8월 전남 무안, 9월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 등 지역에서 도시 침수가 반복되고 있다. 집중호우 뿐만 아니라 배수불량, 하천월류 등 원인도 다양한 실정이다.

KICT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강우량이 급증하면서 현재 구축된 도시 인프라의 치수 능력을 초과하게 됐고, 이로 인해 반복적인 도시 침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시 침수 예측 정보의 부재, 침수 취약 지역에 대한 대응 미흡, 유관기관 간 대응체계 연계 미흡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KICT는 2010년대부터 홍수 및 도시침수 예보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지난해에는 기존 홍수예보체계에 AI를 접목해 정확도를 더 강화했고, 당초 국가하천을 대상으로 했던 홍수예보시스템을 지방하천까지 확대했다.

더 나아가 내년까지는 각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침수 예측모형'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AI와 시뮬레이션 모의 기술을 연계해 예측 효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도시침수 예측모형은 디지털 트윈과 연계해 실제 도시를 3D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고, 집중호우 시 어떤 구역에서 얼마만큼의 수위가 차오를지 한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개발된다. 기존의 지도기반 정보는 2D를 기반으로 홍수위험도를 보여줘 일반인이 침수 정도를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이를 3D화해 훨씬 더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KICT는 ▲도시 치수 능력 개선을 위한 지하인프라 통수능력 강화 ▲국민생활 중심 도시 침수 예경보 ▲저지대 침수 방지 강화 ▲재난대응 체계 및 안전점검 강화를 위한 기술도 지속 개발할 예정이다.

김형준 KICT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극한호우 발생 횟수가 과거보다 약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침수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도 증가 추세에 있다"며 "도시 침수 피해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강우량이 증가해 치수 능력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예측 정확도를 더 강화하고 도시침수 피해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도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규 KICT 원장은 "재난 대응 기술 연구개발 등의 예산을 두고 수억원을 얘기하곤 하는데, 재난 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조(兆) 단위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KICT의 목표는 자연재해를 과학기술의 힘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인명피해는 물론 국가 경제 피해까지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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